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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SAT학원에 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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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SAT학원에 또 무슨 일이…

입력
2010.02.01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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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문제지 유출, 강사 빼오기, 강사에 대한 폭행과 협박에다 탈세 의혹까지. 강남 최고 SAT(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 학원으로 꼽히는 R학원이 최근 'SAT 비리'의 근원지로 떠오르면서 추악한 실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2004년 설립된 R학원은 미국 유학 바람을 타고 급속히 성장해 강남 학원가의 중심인 서초동, 대치동, 신사동 등에 3개, 싱가포르에 1개의 지점을 세우며 업계 1~2위를 다퉈왔다. 강사가 60~70여명에 달하고 수강생이 2,000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려한 성장 뒤에는 그러나 온갖 뒷거래와 편법이 동원됐다. 최근 경기 가평에서 SAT 문제지를 훔쳤다가 붙잡힌 장모(36)씨는 R학원 소속. 강사와 학원측간 공모 혐의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문제지 유출이 공공연했다는 점에서 학원측이 몰랐을 리 없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앞서 태국에서 SAT 문제지를 빼내 미 유학 고교생에게 건넨 혐의로 붙잡힌 김모(37)씨도 E학원 때의 일로 적발되긴 했으나, 현재는 R학원 소속이다.

R학원은 지난해 10~11월 김씨를 포함해 계약기간도 끝나지 않은 E학원 소속 강사 3명을 한꺼번에 빼내왔다. 장씨 역시 지난해 경쟁관계인 S학원에서 이적해 왔다. 이처럼 스타 강사를 경쟁 학원에서 빼오는 데도 R학원은 남달랐다고 학원 관계자들은 전했다.

E학원은 강사들이 계약 6개월여 만에 일방적으로 R학원으로 자리를 옮기자 법원에 강사들의 강의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도 최근 이를 받아들였다. 법원이 고액연봉 등을 미끼로 상대 학원의 강사를 빼낸 R학원의 행태에 제동을 건 것이다.

R학원은 다른 한편으로 소속 스타 강사가 학원을 떠나려는 조짐을 보이면 폭행과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20억원대 연봉으로 SAT 학원가에서 최고의 '블루칩'으로 평가 받고 있는 손모(38)씨가 그 경우다.

R학원과 손씨 간 계약이 올해 3월로 끝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해 가을부터 다른 학원들의 물밑교섭이 치열해지자 R학원은 폭력배들을 동원, 손씨를 납치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21일 R학원 관계자들에게 납치돼 경기 가평의 한 별장에 감금당해 재계약서를 작성했던 손씨는 이후 잠적해 경찰에 신고했지만, 지난 15일 서울의 한 모텔에서 다시 R학원측에 잡혀 납치당한 사실이 없다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탈세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강남에서 SAT학원을 운영하는 C(31)씨는 "학원에 이중장부가 있고, 강사와 계약 때도 이면계약서를 사용한다는 것은 학원가에서는 공공연한 비밀로 통한다"며 "비단 R학원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R학원은 수강료 미게시 등의 이유로 지난 25일 서울시 교육청으로부터 45일간 휴원 조치를 받았다. 시교육청은 향후 경찰조사에서 운영과 관련된 고의적 부조리 등이 드러날 경우 학원 등록을 직권 말소한다는 방침이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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