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 국면에 접어드는가 싶던 구제역이 다시 발병했다. 11일 만이다.
포근해진 날씨에 인구 이동이 많은 설 명절을 앞두고 구제역이 재확산하지 않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축 방역당국도 방역조치를 강화하는 등 다시 분주해졌다.
31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구제역 의심 신고가 접수된 경기 포천시 창수면 가축농가 젖소에 대해 정밀 검사를 벌인 결과, 지난 30일 9마리에 대해 구제역 양성 판정이 내려졌다.
당국은 이 농장의 젖소 81마리 전부에 대해 살처분을 한 데 이어 주변 반경 500m 안에 있는 젖소, 사슴 등 발굽이 2개인 우제류를 모두 살처분하기로 했다.
구제역 확진 판정이 나온 것은 19일 경기도 연천의 한우농가 이후 11일 만으로, 발병 농가는 지금까지 여섯으로 늘어났다.
이 농가는 구제역 최초 발생농가에서 3.8㎞ 떨어진 곳에 있어, 위험지역(반경 3㎞ 이내)에서는 벗어났지만 경계지역(3~10㎞) 내에 위치해 있다.
게다가 최초 발생 농장을 방문한 사료차량 등이 다녀간 것으로 파악돼 역학적 연관성도 확인된 곳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경계지역 안인데다 역학적 연고가 있는 만큼 통제된 범위 내에서의 확산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구제역 바이러스의 최대 잠복기로 알려진 14일이 훨씬 지나서 추가 발병이 확인됐다는 점이다. 사료 차량이 이 농장에 다녀간 것도 이 일대 이동이 통제되기 시작한 1월7일 이전. 최초 발생 농장과의 교류가 20일 이상 없었던 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바이러스가 축사나 농장 내 어딘가에 한동안 살아 있다가 뒤늦게 소에 감염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공기 중 전파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특히 설 명절이 얼마 남지 않았고, 한파가 누그러지면서 날씨가 점차 포근해지고 있는 것도 우려를 더한다. 설 명절에 사람의 이동과 접촉이 빈번해 구제역 확산의 기폭제가 될 수 있는데다, 그 동안 날씨가 추워 활동이 미미했던 구제역 바이러스의 활동이 재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농식품부는 이에 따라 긴급 방역점검회의를 열고 강화된 방역조치에 나서기로 했다. 이날 구제역 방역 현장에 대해 긴급 재점검에 나서는 한편, 아직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역학적으로 관련이 있는 농가에 대한 방역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사진=포천=박서강기자 pindropp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