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아프가니스탄 출구전략 회의에서 70여개국 대표들은 1년 내 1억4,000만 달러의 기금을 모아 탈레반 회유 자금에 쓰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아프간 전문가들은 "돈으로 탈레반을 회유하겠다는 서방 세계의 계획은 부질 없는 짓"이라며 코웃음을 치고 있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29일 탈레반 회유책이 통하지 않을 세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첫 번째 이유는 탈레반이 원하는 것은 안정된 삶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잡지는 "탈레반 조직원들이 안정된 삶을 원했다면 이미 예전에 탈레반을 떠났을 것"이라며 "생사기로에 놓여서도 그들이 탈레반을 떠나지 않은 이유는 자신들이 '신의 뜻'을 행하고 있다고 굳게 믿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끊임없이 발생하는 자살폭탄 테러는 그들의 굳은 믿음을 증명한다.
게다가 이 전쟁에서 이기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탈레반이 조직을 배신할 이유가 없다고 이 잡지는 지적한다. 현재 탈레반은 수도 카불을 제외한 거의 모든 곳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초 자신들 스스로 예상했던 15~20년보다 훨씬 빠른 8년 안에 영향력을 회복한 탈레반은 이를 승리의 증거로 여기고 있다. 또한 이들은 마약밀매 등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부를 축적한 상태다.
마지막 이유는 탈레반이 서방세계로부터 받을 회유 자금을 가지고 정착해 살 수 곳이 아프간 어느 곳에도 없다는 점이다. 지원금을 받은 조직원은 그나마 탈레반의 영향력이 약한 카불 정도에서 살 수 있겠지만 수도의 높은 물가와 탈레반의 보복 테러 위협을 피할 수는 없다.
물론 탈레반을 나와 새로운 인생을 사는 예도 드물지만 존재한다. 2년 전 무장세력에서 떨어져 나온 탈레반 사령관 출신 물라 살람은 현재 아프간 정부로부터 헬만드주 무사칼라 지역을 이양 받아 휘하의 부하들과 지내고 있다. 하지만 그 역시 끊임 없는 암살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뉴스위크는 "대다수 아프간 국민들마저도 무능한 카르자이 정부보다는 지역 치안을 책임지는 탈레반을 더욱 신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서방 세계는 실현 가능성 없는 아프간 대책을 찾아 헤매고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
"파키스탄 탈레반 지도자 사망"
한편 파키스탄탈레반운동(TTP) 최고 지도자 하키물라 메수드가 사망했다고 파키스탄 국영방송이 31일 보도했다. 이 방송은 메수드가 지난 14일 남와지리스탄의 샤크토이 지역에서 열린 탈레반 고위 간부들의 모임에 참석했다가 미군 무인정찰기 공습으로 부상했으며 사흘 후 숨졌다고 전했다.
TTP 대변인은 그가 살아있다고 즉각 부인하고 나섰지만 익명의 한 부족 지도자가 메수드의 장례식에 다녀왔다고 주장해 사망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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