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UAE로부터 원전 수주에 성공하였다는 소식이 과학기술계에 큰 화두로 떠올랐다. 60년 전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나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기술이 있어야만 가능한 원전 수주 경쟁에서 강대국을 제친 것이다. 특히 강대국의 거대 기업을 하청업체로 거느리고 수주에 성공한 것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정말 큰 자부심을 느낄 만한 일이다.
그 동안 원전 안전과 방폐장 문제로 많은 논란과 시련을 겪으면서도 꿋꿋이 정진하여 드디어 세계 속에서 우리의 국가 위상을 크게 높여준 원전 관련 과학기술자들이야 말로 진정한 의미의 애국자라는 생각이 든다.
30여 년 전 우리 조선 산업이 한창 발돋움하기 시작할 때의 일이다. 우리가 대형 선박용 엔진을 제작하겠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야말로 조롱에 가까운 냉소적인 비판을 했던 것이 생각난다. 그러나 지금 조선산업 전반, 선체와 엔진 제작에서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규모를 자랑하며 세계 선박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2005년에 대한민국은 자체 제작한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 1호기를 내놓았다. T-50 초음속 고등훈련기는 시간당 운용비용이 저렴해 훈련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특히 예전에는 조종 훈련을 마친 다음에나 받을 수 있었던 레이더와 항공전자장비를 이용한 실제 전술훈련도 한꺼번에 할 수 있어 20%의 비행시간과 30%의 비용이 절감되면서도 조종사의 항공기 운영기량은 40%나 향상시킬 수 있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일부 비평가들은 T-50 제작에 대해 엔진 레이더 등의 주요부품을 수입하여 국산화율이 낮다고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항공기 제작사도 항공기 부품 모두를 한 나라에서 일괄 생산하지 않는다. 다국적 부품을 조합하여 하나의 항공기를 완성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의 항공산업에서 기체 제작 기술은 나라 간에 수준 차이가 크게 줄어들고, 항공전자기기와 소프트웨어 기술의 중요성과 차별화 요구가 갈수록 증대되고 있다. 이것들이 항공기 제조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매우 크다. 최신예 전투기 F-35의 경우 전체 제조 원가에서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이를 정도이다. 앞으로 항공기 제작 경쟁력을 가늠하는 데는
이런 소프트웨어 기술이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떠오를 것이다. IT 및 전자산업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는 한국은 이미 항공산업 경쟁력에 필요한 기본적인 피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T-50에는 무려 30만개 가까운 부품이 들어간다. 따라서 약 2만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자동차 산업과 비교할 때, 항공산업의 활성화에 따라 파생되는 복합적인 산업적 이득은 천문학적 규모일 것이다. 최근 거론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차세대 전투기 사업 KFX 사업도 눈앞의 순익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몇 십 년 후 세계 속에서 우리 항공산업이 어떤 위치에 있어야 할지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우선 2일부터 7일까지 열리는 싱가포르 에어 쇼에서 T-50 전투기가 수주에 성공하기를 국민과 더불어 기대한다. 이를 디딤돌로 삼아 우리 항공산업이 차세대 효자 산업으로 훌륭하게 성장하기를 기원한다.
최정훈 한양대 화학과 교수 청소년과학기술진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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