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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고/ 국악학자 이혜구 박사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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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고/ 국악학자 이혜구 박사 별세

입력
2010.02.01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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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학의 태두인 만당(晩堂) 이혜구 박사가 지난달 30일 낮 12시 25분 서울 세브란스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101세.

고인은 평생을 한국 전통음악의 이론과 역사 연구에 바쳐 국악학의 틀을 세우고 많은 제자를 길러낸 국악계의 최고 어른이었다.

1909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경성제대 영문학과 재학 시절 취미로 비올라를 연주하다 ‘조선 아악은 귀중한 것이니 배워보라’는 일본인 교수의 권유로 조선 왕립 음악기관의 후신인 이왕직아악부에 드나들면서 국악과 인연을 맺었다. 본격적으로 국악 연구에 뛰어든 것은 대학 졸업 후 경성방송국 프로듀서로 취직해 국악을 담당하면서부터다.

해방 후 공보부 방송국장을 거쳐 1947년 서울대 음대 교수로 임용됐고 1959년 국악과를 신설해 초대 과장을 지냈다. 음대 학장을 거쳐 1974년 정년퇴임할 때까지 이재숙(서울대 명예교수), 권오성(한양대 명예교수), 황준연(서울대 교수), 송방송(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씨 등 뛰어난 학자들을 길러냈다. 퇴임 후에도 서울대 한양대 정신문화연구원 등에서 강의했으며 예술원 회원으로 활동했다.

고인은 1948년 한국음악의 음학학적인 연구를 목적으로 성경린, 장사훈과 함께 국악연구회(현 한국국악학회)를 창설했다. 그의 학문적 업적은 <한국음악연구> (1957) <국역 악학궤범> (1980) <한국음악논고> (1995) 등의 기념비적 저서로 남아 있다. 90세를 넘기고도 <한국음악이론> (2005) <만당 음악편력> (2007) 등의 저서를 내놓았다. 지난해 말에도 국립국악원 논문집에 논문을 발표했고, 타계 직전까지 국악 역사와 이론을 집대성한 <한국음악사> 집필에 매달렸다. 국악학계는 고인의 유작이 된 이 책을 제자들이 힘을 모아 출판할 계획이다.

한국 전통음악을 세계에 알리는 데도 힘썼다. 1970년대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위원으로 한국 전통음악 총서를 영문으로 만드는 데 앞장섰고, 1981년 국제민속음악학회 한국 대회를 유치했으며, 아시아태평양민족음악학회 회원으로도 활동하며 국악 세계화에 이바지했다.

고인은 소탈하면서 고결한 선비 같은 풍모로도 존경 받았다. 한국국악학회는 2008년 5월 창립 60주년 행사를 고인의 백수 축하잔치로 치르고 기념 논총을 헌정했다. 국악 발전에 이바지한 공으로 3ㆍ1문화상 학술상, 예술원상, 금관문화훈장 등을 받았으며 한국 방송 초창기의 산 증인으로서 2001년 방송인 명예의전당에 헌액되기도 했다.

유족은 부인 정기영씨와 영숙, 창복(재미 안과의사), 영복(사업), 대복(전 창문여중 교장), 영혜씨 등 3남 2녀가 있다.

장례는 국악인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됐다. 발인 3일 오전 8시,영결식 10시 국립국악원. 장지는 충남 천안시 목천읍 도장리 선영. (02)3410-6915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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