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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인터뷰] 박성인 밴쿠버 동계올림픽 한국선수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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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인터뷰] 박성인 밴쿠버 동계올림픽 한국선수단장

입력
2010.02.01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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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동계올림픽을 통해 한국의 국격(國格)을 향상시키고 돌아오겠다."

이달 12일~ 28일까지 캐나다 밴쿠버에서 '대한민국호(號)'를 지휘할 선장 박성인(72) 한국선수단장은 '기본'인 메달사냥 이외 한국선수단이 새겨야 할 '컨셉(concept)'을 이같이 요약했다. '눈과 얼음의 축제'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4년 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거둔 한국의 성적표는 금 6, 은 3, 동메달 2개로 종합 7위. 이번 21회 밴쿠버대회에서도 한국은 금메달 6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이 따낸 금메달은 모두 쇼트트랙 한 종목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쇼트트랙을 넘어 피겨와 스피드스케이팅까지 '금메달 영토'를 넓힐 계획이다. 또 종목 다변화를 위해 스키, 바이애슬론, 봅슬레이-스켈레톤 등에도 선수를 파견한다. 선수단은 2일 태릉선추촌에서 결단식을 연 뒤 본진이 5일 밴쿠버로 출국한다.

-'피겨 여왕' 김연아를 통해 이번 동계 올림픽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이 그 어느 때 보다 높다. 그만큼 부담도 높을 것 같은데.

동계 올림픽 한국 선수단장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솔직히 처음 제의가 들어왔을 때 사양했다. 2002년때 일본계 미국인 아폴로 안톤 오노의 헐리우드 액션으로 김동성이 금메달을 빼앗긴 안 좋은 기억도 있고 해서... 그런데 또 나라에서 중책을 맡겼다. 국가에 대한 마지막 봉사라고 생각한다. 선수 선배로서 뒷바라질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올림픽은 여느 스포츠 대회와는 격이 다르다. 지구촌 제전인 만큼 전 세계의 눈과 귀를 대신 한 미디어들이 각국 선수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중계방송' 할 것이다. 선수단에 특별히 주문할 것이 있다면.

평소 '스포츠는 외교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좋은 성적을 내서 국위를 선양하는 것이 고전적인 의미의 스포츠 외교라면 경기가 끝난 뒤 선수단이 귀국할 때까지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것은 '소프트 외교'에 비유할 수 있다. 특히 선수촌에서 빠져나올 때 깔끔하게 뒷정리를 해놓고 나오면 한국인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것이 바로 한국선수단의 수준, 나아가 국격(國格)을 높이는 또 다른 방법이라고 본다. 개인주의가 강한 서양사람들에 비해 한국 선수단이 경기 외적인 면에서도 팀웍을 보여줄 때 메달 획득 못지않게 나라의 품격을 올리는데 기여하지 않겠는가.

-스포츠는 역시 스포츠에 충실할 때 가장 돋보이지 않은가. 밴쿠버대회의 목표는 어디까지 인가.

우리나라는 이미 동ㆍ하계 올림픽에서 세계 10위권 이내의 성적을 내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에 이어 2위다. 하지만 동계종목만을 놓고 보면 금메달이 모두 쇼트트랙에서 나왔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피겨의 김연아와 스피드스케이팅의 이규혁, 이강석, 이상화에게서 '희망'을 넘어 메달 결실이 보인다. 동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가 태극기를 시상대 맨 꼭대기에 올렸을 때가 불과 18년 전이다.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서 금메달을 따내면서부터다. 이후 쇼트트랙은 우리나라의 금메달 텃밭이었다. 하지만 일부에서 쇼트트랙 한 종목에서만 강세를 보인다고 비아냥거리는 소리도 있었다. 만약 이번 대회에서 피겨와 스피드에서 금메달이 나오면 이런 '잡음'을 한방에 잠재울 수 있다.

사실 빙상 종목 중에서도 피겨와 스피드 부문은 메이저에 속한다. 이는 대회를 후원하는 업체만 봐도 잘 드러난다. 그만큼 피겨와 스피드스케이팅이 세계 스포츠를 주무르는 실력자들의 주목도가 크기 때문이다. 이들 종목은 골프, 승마, 테니스 등과 함께 선진국에서 '귀족 스포츠'로 통해 세계의 여론을 좌우하는 유명인사들이 큰 관심을 갖는다. 자연스레 그들의 식사시간에 이들 경기의 챔피언이 화제에 오른다.

특히 피겨는 동계올림픽의 꽃이 아닌가. 만약 밴쿠버에서 김연아가 금메달을 목에 걸게 된다면 한국의 위상이 일대 도약하는 사건으로 남을 것이다. 그 동안 김연아가 세계 피겨무대를 휩쓸고 다니자 우선 일본사람들이 우리를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는 걸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일본은 김연아에 대한 언론보도도 우리보다 더 열심이다. 김연아 덕분에 국제무대에 나가면 전에 없던 환대도 많이 받는다.

-1997년부터 빙상연맹 회장을 맡아 한국 빙상을 세계 정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나.

'운이 좋았다'는 말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1978년 삼성에서 탁구단을 창단할 때 코치를 맡았다. 당시 세계 탁구계는 중국이 지배하고 있을 때다. 중국 탁구가 워낙 강해 중국이 출전하는 대회는 일부러 참가를 꺼릴 정도였다. 하지만 당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께서 "10년 앞을 내다보고 만리장성을 허물라"고 당부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10년 후 우리는 88 서울올림픽 탁구에서 금메달 2개를 캐냈다.

금메달을 캐낸 유남규와 양영자는 중학생 시절이던 81년 삼성 탁구단이 유망주 발굴프로젝트를 통해 찾아낸 꿈나무였다. 97년 빙상연맹회장을 맡고 나서 이 같은 '10년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이때 눈에 뛴 선수가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던 김연아다. 그때부터 밴쿠버를 향한 메달 대장정이 시작됐다. 그러나 김연아의 오늘은 부모의 역할이 95%라고 생각한다.

-국제 피겨대회를 후원하는 7개사 중 일본기업이 4개사다. 이 때문에 혹시 김연아가 밴쿠버올림픽 심판 판정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실제 솔트레이크시티 대회때 후원사들의 입김이 채점에까지 영향을 미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논란이 됐다. 그래서 IOC에서 2004년부터'뉴저지 시스템'을 도입했다. 기존 채점제가 상대평가라면 뉴저지 시스템은 절대평가다. 이 시스템에 따르면 점프, 스핀, 스텝 등 각 기술마다 점수가 정해져 있다. 따라서 모든 기량에서 출중한 실력을 보이는 김연아에게 뉴저지 시스템은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설혹 '보이지 않는 손'이 채점에 영향을 미치더라도 김연아는 이미 실력으로 다른 선수들을 압도하고 있지 않은가.

-한국의 경기력에 반비례해 스포츠 외교력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를 위해서도 국가 차원에서 스포츠 외교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현재 평창과 함께 2018 동계올림픽을 신청한 도시는 독일 뮌헨, 프랑스 안시다. 3파전 유치 경쟁에서 뮌헨이 가장 앞서 있다. 뮌헨의 강세는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 내 영향력 덕분이다.

뮌헨은 현재 3명의 IOC 위원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도 한때 3명의 IOC위원이 활동했지만, 지금은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출신 문대성 선수위원 1명뿐이다. 하지만 투표를 행사할 IOC 위원들에게 직접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메가톤급 인물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건희 전 회장의 사면 복귀는 매우 뜻 깊은 조치라고 생각한다.

-선수 선배로서 각 종목지도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먼저 장기 목표를 세워야 한다. 그리고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여줘야 선수들이 믿고 따른다. 구단들은 또 일단 지도자들에게 팀을 맡겼으면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전문가를 믿고 기다려줄 줄 알아야 성적이 나온다. 하루아침에 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 투자를 한 다음 10년은 기다려야 한다. 빙상연맹을 맡을 때 이 전 회장으로부터 받은 지침도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목표의식은 뚜렷해야 한다.

인터뷰가 끝나갈 즈음 박 단장은 김연아가 지나치게 광고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 "오히려 김연아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우리가 도와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게 해야만 골프의 박세리 키드처럼 10년 후 제2, 제3의 김연아가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 박성인 단장은

91년 남북 탁구단일팀 성사… 97년부터 빙상연맹회장 맡아

밴쿠버 동계올림픽 한국선수단장 박성인(72)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은 1960년대부터 50년 가까이 스포츠계에 몸담고 있는 '현역'이다.

박 회장은 탁구선수로 활동하다 66년 한일은행 여자탁구단 초대감독을 맡으면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74년부터 8년간 탁구 국가대표 총감독을 지냈고, 78년 삼성 남녀탁구단 창단 당시 삼성과 인연을 맺었다. 특히 91년에는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북단일팀 구성을 위한 남측대표위원장을 맡아 남북단일팀을 성사시켜, 세계적인 화제를 이끌어 냈다.

박회장은 또 92년부터 5년간 대한레슬링협회 부회장을 지낸 데 이어 97년부터 10년 넘게 빙상연맹 회장을 맡고 있다. 이 기간 쇼트트랙 일변도이던 한국빙상은 김연아로 대표되는 피겨스케이팅에서 세계 정상급으로 발돋움 했다. 박회장은 92년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스포츠단 전무이사-97년 스포츠단 부사장을 거쳐 2005년부터 스포츠단 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이 사이 대한올림픽위원회 상임위원과 대통령자문 지속가능발전위 위원도 지냈다. 동계올림픽 선수단장을 맡기는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대회에 이어 두 번째다. 박 회장은 그간 대한민국체육상(지도부문)과 체육훈장(청룡장, 백마장), 국무총리ㆍ대통령표창으로 공적을 인정받았고, 최근에는 소강체육대상 공로상을 받았다.

인터뷰=최형철 스포츠부 차장대우 hcchoi@hk.co.kr

정리=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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