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추억이 된 풍경들을 되돌아보며 연재를 마칩니다.
1986년부터 2년간 막힌 듯 이어진 산길을 넘고 개울을 건너서 찾아갔던 오지 마을을 되짚는 여정은 쉬운 듯하면서도 어려웠습니다.
당시는 마을을 찾아가는 데 적어도 2~3일이 걸렸습니다. 지금은 도로가 산속까지 뻗어 있어 성능 좋은 내비게이션을 갖춘 자동차로 하루 만에 다녀 올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헤매기 일쑤였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산골마을을 찾기 위해 몇 시간을 오르내리기도 했습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오지는 다양한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험하고 외졌지만 경치 하나만은 끝내주던 오지는 명품 마을로 변해 있었습니다.
화전민이 살던 너와집은 관광객들에게 추억을 전해주고, 땔감을 가득 쌓아 월동준비를 끝낸 고로쇠 마을엔 장승 대신 정보화 시범단지라는 안내판이 세워졌습니다.
그러나 무분별한 개발로 옛모습을 잃어버리고 얼치기 관광지가 된 곳을 보노라면 마음속의 고향을 잃어 버린 듯 가슴 한구석이 허전했습니다.
사람들도 많이 변했습니다. 그 옛날 사람들은 대부분 떠났지만 남은 사람들은 오늘도 고향의 멋과 맛을 지키기 위해 바쁘게 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있는 한 별이 쏟아져 내리는 굴피집에서 코클로 밤을 밝히고 부엌에서 아이와 송아지가 함께 살던, '그래도 살맛 나는 오지'는 영원히 우리들의 고향으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편집위원 s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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