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좀 꺼 주세요' '용띠 위에 개띠' 등 장기 공연작으로 독특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극단 아랑씨어터 대표 이도경씨가 새 작품 '늙은 자전거'를 지난 22일부터 선보이고 있다.
장돌뱅이 할아버지와 사고뭉치 손자 이야기다. 아버지가 객사하자 아들은 일면식도 없던 할아버지를 찾아 달동네로 간다. 자유인으로 살아가는 장돌뱅이 할아버지는 망나니같던 아들의 자식을 떼내려 하지만, 싸우다 정이 든 두 사람은 기묘한 공동체를 만들어간다. 티격태격하는 둘의 가운데 읍내의 '얼짱' 다방 아가씨가 등장, 무대에 요즘 세태를 자연스레 녹여낸다.
10년 동안 '용띠 위에 개띠' 주연으로 무려 3,119회나 출연해온 이씨가 할아버지 역을 맡아 또 다른 장기 공연사를 쓸 참이다. 그가 구사하는 입에 착착 달라붙는 구어는 스타 이미지와 무대 메커니즘만을 탐닉하는 요즘 연극판을 돌아보게 만든다.
풍성한 어휘가 만들어내는 재담의 묘미는 한국어 재발견의 기회이기도 하다. 연극 '문디' '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피고지고 피고지고'를 비롯해 영화 '약속' '와일드 카드' '신기전' '거북이 달린다' 등의 대본을 써서 친숙한 작가 이만희씨의 언어는 또 다른 장기 공연을 이뤄낼 최대의 공신이다. 이도경-이만희 콤비의 힘을 재확인할 기회다.
최연식이 할아버지 강만, 이지현과 이한울이 손자 풍도를 번갈아 연기한다. 얼짱 다방 아가씨로는 주수정과 김미경이 나온다. (02)766-1717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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