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의도 정치판에서 ‘전직 국회의원’이라는 자리만큼 모호한 위치가 없다. 다음 총선까지 남은 시간은 2년여. 현직처럼 의정 활동을 펼칠 수도 없고, 정치적 목소리를 높여도 힘이 실리지 않는다. 그래서 거론되는 돌파구 중 하나가 바로 지방자치단체장 도전이다. 지자체장은 의원 시절 경험을 살리고, 정책 운영 능력도 쌓고, 지역민과 접촉면도 넓힐 수 있는 1석3조의 효과가 있다.
여야 전직 의원들이 6ㆍ2 지방선거 단체장 자리에 잇따라 도전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일단 시장 지사 등 광역단체장 자리에 도전하는 전직 의원들이 많다. 한나라당에서는 충남지사에 도전하는 홍문표 김학원 전용학 전 의원이 눈에 띈다. 3선의 권오을 전 의원은 경북지사 후보로 거론된다. 민주당에서도 이계안 전 의원이 서울시장, 문병호 김교흥 유필우 이기문 전 의원이 인천시장, 양형일 전 의원이 광주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눈높이를 낮춰 기초 단체장에 도전하는 전직 의원들도 많다. 인구 100만 안팎의 경기도 주요 도시인 수원 성남 부천 고양 등에서는 17대 출신 민주당 전 의원들의 시장 도전이 잇따르고 있다. 최성 전 의원은 26일 고양시장 출마를 공식화했고 29일엔 민주당 고양 덕양을 지역위원장 자리도 내놓았다. 최 전 의원은 “청와대 국회의원 경험을 바탕으로 말 그대로 생활정치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싶다”고 밝혔다.
또 수원 권선 지역구 출신의 이기우 전 의원이 수원시장, 부천 원미갑 출신 김기석 전 의원이 부천시장 출마를 준비 중이다. 민선 2기 서울 강서구청장을 지낸 뒤 17대 의원에 당선됐던 노현송 전 의원은 다시 강서구청장 도전자로 회자돼 화제다.
한나라당에서는 4선 출신인 유준상 전 의원이 서울 광진구청장, 재선 출신인 유승규 전 의원이 강원 태백시장 출마자로 꼽힌다.
특히 경기 포천시장 선거에서는 포천ㆍ연천 지역구에서 17대 의원을 잇따라 지냈던 민주당 이철우 전 의원과 한나라당 고조흥 전 의원의 맞대결이 성사될지 주목된다. 고 전 의원은 “일부에서는 의원을 지냈던 사람이 왜 시장에 나가느냐고 하지만 의원 못지않게 기초단체장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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