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랭 바디우 등 지음ㆍ이현우 등 옮김/ 마티 발행ㆍ511쪽ㆍ2만2,000원
공산주의 블록을 형성했던 동구권이 1989년 몰락한 지도 20년이 넘었다.
많은 학자들은 자본주의라는 경제체제 또는 자유민주주의라는 이념의 승리로 분석했다. 미국의 미래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아예 '역사의 종언'(1989)이란 논문을 써서 마르크시즘의 영구 퇴장을 단언했다.
20세기 지구촌을 혁명의 열기로 들뜨게 했던 레닌의 이름은 악마의 별칭으로 전락했고, 그의 복권은 실현불가능한 미션으로 간주됐다. 과연 공산주의는 존재 가치를 잃은 것인가. 레닌과 그가 남긴 사상은 용도폐기된 구시대의 유물인가.
<레닌 재장전> 은 인류의 뇌리에서 지워지고 있는 혁명가 레닌을 되살리려 한다. 단순히 그의 업적에 대한 평가를 넘어 그의 사상이 지닌 현재적 의미를 되짚고 사회적 변혁을 위한 동인이자 등대로서 레닌을 불러내려 한다. 레닌>
2001년 독일 에센의 문화과학연구소가 레닌의 저서 <무엇을 할 것인가?> 발간 100주년을 맞아 개최한 국제컨퍼런스에서 발표된 논문들을 기반으로 한 책이다.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프레데릭 제임슨, 테리 이글턴 등 이름도 쟁쟁한 좌파 지식인 17명이 공동 저자다. 무엇을>
그들은 레닌주의가 20세기를 추동했으나, 지금은 그 추동력이 사그라들고 현실순응주의만 남았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레닌은 우리가 잊고 지낸 정치, 행동, 개입 등의 실천적 단어와 그것들이 지닌 의미를 새삼 깨우친다고 역설한다.
요컨대 "레닌은 우리가 다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주장이다. 자유민주주의라는 이름의 유일 체제 아래 무력감에 빠져있는 지식인들에게 정신적 봉기를 촉구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사회변혁이라는 총기에 다시 레닌이라는 이름의 탄환을 장전할것을 권하는 책이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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