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르 누비앙 등 지음ㆍ김옥진 옮김/궁리 발행ㆍ256쪽ㆍ6만5,000원
우와! 이렇게 놀라운 세계가 또 있을까.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심해 생물 사진집인 <심해> 는 눈으로 보기만 해도 황홀하다. 전 세계에서 수집한 5,500여장의 사진 가운데 엄선한 220장을 가로 25.5㎝ 세로 30㎝의 큼직한 판형에 시원하게 담았다. 심해>
각 장의 앞에는 세계적인 해양생물학자 15명이 쓴 에세이가 나온다. 이 글들은 분량은 짧지만 심해 탐사의 역사부터 심해 생물의 갖가지 살아남기 전략, 심해의 산과 계곡, 섭씨 80도의 물이 솟구치는 열수공 등 심해의 신기한 생태계까지 두루 다루고 있어 지적인 호기심을 자극하는 애피타이저로 손색이 없다.
책의 안내에 따라 심해로 들어가보자. 바다의 평균 수심은 3,200㎞. 수심 200m 아래는 햇빛이 거의 닿지 않는다. 수심 1,000m 이하는 희미한 빛조차 전혀 없는 어둠의 세계다. 수심 4,000m의 수압은 소가 엄지손톱을 밟고 있는 것과 같다. 생명이 도저히 살 수 없을 것 같은 심해에 다양한 생물들이 살고 있다. 지난 25년간 심해에서는 평균 2주에 1종 꼴로 신종이 확인됐다. 학자들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심해 종이 1,000만~3,000만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지금까지 밝혀진 생물종이 육해공을 모두 포함해 140만 종임을 감안할 때, 심해는 지구에서 가장 큰 생명의 보고인 셈이다.
심해 생물들의 생존 전략은 묘기 대행진이다. 심해 생물의 90%는 스스로 빛을 만들어낸다. 먹이를 찾기 위해, 짝을 유혹하기 위해, 적의 눈길을 돌리기 위해서다. 적에게 들키지 않도록 몸을 투명하게 만든 '유리동물'도 많다. 그런 녀석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포식자 중 어떤 종은 노란 필터가 달린 눈으로 녹색 하이라이트 효과를 만들어 먹잇감을 찾아낸다.
심해 생물들은 기이하다. 대왕오징어 아르키테티우스는 몸 길이가 최대 18m, 무게가 500~1,000㎏이나 된다. 세계에서 가장 큰 무척추동물인 이 녀석은 눈알이 사람 머리통 만하다. 뿔처럼 삐죽 솟은 관 끝에 왕방울 만한 눈을 달고 큰 입을 벌려 억센 이빨을 드러낸 심해 물고기는 무시무시해 보인다. 무지갯빛 발광 어류, 피카추처럼 귀여운 큰귀문어, 털북숭이 예티게 등 멋진 녀석들도 수두룩하다.
심해는 우리 행성에서 가장 외지고 별난 곳이다. 1960년대 말부터 탐사가 시작됐지만, 인간은 아직 심해저의 1%도 관찰을 못 했다. 심해에 들어가본 사람이 달 표면을 걸어본 사람보다 적다.
이 책은 미지의 세계인 심해가 제대로 알려지기도 전에 인간의 탐욕에 파괴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반성을 촉구한다. 바다 깊숙한 곳을 샅샅이 훑는 저인망 어업은 심해 어류의 안식처인 냉수성 산호초를 파괴하고 있다. 실제로 노르웨이 앞바다 산호초는 저인망 어업 20년 만에 절반 이상 없어졌다. 이 사진집에 실린 멋진 심해 생물들을 보면, 그들을 위협하는 인간의 행동의 얼마나 어리석고 잔인한 것인지 절로 깨닫게 된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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