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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한국 남녀 세계대회 단체전서 나란히 '벼랑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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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한국 남녀 세계대회 단체전서 나란히 '벼랑 끝'

입력
2010.01.31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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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개최 중인 세계바둑단체전에서 한국 남녀팀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나란히 벼랑 끝에 섰다.

정관장배와 농심신라면배, 연승전 방식으로 열리는 두 세계대회서 한국은 남녀팀 모두 2라운드 10경기를 치르는 동안 출전 선수 5명 가운데 4명이 탈락하고 주장 혼자 달랑 남아 3차전에 나서야 하는 어려운 입장에 처했다.

먼저 2월1일부터 중국 광저우서 열리는 제8회 정관장배 여자바둑최강전 3라운드 경기에 한국을 대표해서 홀로 출전해야 하는 주장 박지은의 어깨가 너무 무겁다.

이번 대회는 초반부터 중국세가 분위기를 주도해 작년 9월 중국 둥관서 벌어진 1라운드서 왕천신이 3연승을 거둔 데 이어 12월에 서울서 속개된 2라운드서도 차오요윈이 2연승하는 등 중국은 지금까지 모두 6승1패를 거두면서 계속 선두를 달렸다.

이에 반해 한국은 박소현과 김혜민이 각각 1승씩 거두는 데 그쳐 일본과 같이 2승4패를 기록했다.

결국 3라운드에 출전할 선수가 한국과 일본은 주장 박지은과 스즈끼 아유미 한 명씩 밖에 남지 않은 반면, 중국은 조선족 여자기사 송롱후이와 리허, 예꾸이까지 무려 3명이 살아 남았다.

더욱이 대진 순서상 박지은이 3라운드 첫 판부터 대국토록 돼 있으므로 현재 남아 있는 중국과 일본 선수 네 명을 모두 차례로 이겨야 한국에 우승을 안길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의 기량이 만만치 않다.

17세 동갑인 송롱후이와 리허는 작년에 각각 6연승과 3연승을 거둬 중국의 우승을 합작한 신예강자들이고 주장 예꾸이는 3회 때 5연승을 거둔 바 있다. 또 일본 주장 스즈끼는 여류최강전 2회 우승자로 속기에 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나마 한 가지 위안이 되는 건 박지은이 4명 모두에게 상대전적에서 약간이나마 우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

제일 먼저 맞붙을 것으로 예상되는 송롱후이와 다음 상대인 스쯔기 아유미에게 모두 1대0으로 앞서 있고 두 관문을 통과한 후 만날 예꾸이에게 3대1, 리허에 2대1로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지은이 그동안 국제무대서 워낙 좋은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박지은은 지난 대회서 송롱후이의 7연승을 저지했으나 리허에겐 반대로 자신의 3연승을 저지당했다.

국내 여자기사 가운데 유일하게 정관장배 전 대회 출전 기록을 이어오고 있는 박지은은 개인전으로 열렸던 2회 대회서 우승했으며 단체전으로 바뀐 3회 이후엔 6승4패를 기록했다. 최근 열린 아시안게임 여자상비군 선발전에서 17승1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1위를 차지, 컨디션은 좋은 편이다.

한국은 2007년과 2008년 5회와 6회 대회서 주장 이민진의 막판 5연승과 3연승에 힘입어 연속 우승을 차지했으나 작년 7회 때는 이번과 마찬가지로 이민진 홀로 3차전에 나섰다가 한 판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중국에 우승컵을 내줬다.

한편 한국은 남자단체전인 농심신라면배서도 정관장배와 마치 판박이처럼 똑같은 신세다. 지난주 부산 농심호텔에서 열린 제11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2라운드 경기서 중국의 2장 씨에허가 일으킨 강력한 '황사 돌풍'에 휘말려 한국과 일본은 내달 열리는 3라운드에 출전할 선수가 주장 이창호와 하네 나오키 각 한 명씩 밖에 남지 않은 데 반해 중국은 류싱 창하오 구리 등 세 명이나 남아 있어 가장 우승 가능성이 높다.

이번 농심배서 한국은 작년말 베이징서 열린 1라운드 경기서 선봉장 김지석이 개막전부터 내리 세 판을 이겨 아주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이런 분위기라면 전기에 이어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면서 농심신라면배 통산 9회 우승의 위업을 무난히 달성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안겼다.

그러나 지난 18일부터 부산 농심호텔에서 속개된 2라운드 경기 결과는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1라운드 마지막 경기(제4국)서 중국의 2장으로 나서 김지석의 연승 행진을 잠재웠던 씨에허가 2라운드 첫 판인 제5국부터 8국까지 이야마 유타, 김승재, 야마시다 기미오, 윤준상 등 한국과 일본 선수들을 잇달아 물리쳐 무려 5연승을 기록하는 괴력을 보였다.

다행히 제9국에서 씨에허가 일본의 주장 하네 나오키에게 패하는 바람에 일단 '황사 돌풍'은 저지됐지만 다음날 제10국에서 한국의 2장 박영훈이 내심 만만한 상대로 여겼던 하네에게 지는 바람에 오히려 한국의 입장은 더욱 나빠졌다.

반대로 이번 대회에서 4명의 선수가 탈락하는 동안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던 일본으로서는 주장이 막판에 2연승을 거두는 바람에 일단 체면치레는 한 셈이다.

농심신라면배 마지막 3라운드 경기는 오는 3월 9일부터 12일까지 상하이에서 열린다. 그래도 한 가지 한국에 유리한 점이라면 첫날 경기(제11국)에서 일본과 중국 선수가 먼저 대결한다는 것.

따라서 한국으로서는 첫날 일본의 하네가 중국의 3장(류싱이 나올 것으로 예상)을 눌러 주고 다음날 한국 주장 이창호에게 져 바톤을 넘긴 뒤 이창호가 여세를 몰아 창하오와 구리를 내리 꺾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이창호는 그동안 항상 농심배서 한국팀의 최종 선수로 나와 16승2패를 거두면서 한국팀에 8차례나 우승을 안겼다. 특히 2005년 6회 때는 막판에 5연승을 기록했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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