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지구촌 곳곳이 기상이변으로 호된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 북서부에서는 60년 만의 한파와 폭설로 수백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영국과 유럽 대륙에서도 지난해 12월초부터 드물게 혹독한 추위와 폭설이 이어져 가스 공급에 비상이 걸리는 등 힘든 겨울을 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남부 플로리다 주까지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열대 작물이 얼어 죽는 등 전례 없는 이상 기상현상이 잇따르고 있다.
폭설ㆍ한파에 온난화 의심
새해 벽두 서울에 25cm가 넘는 폭설이 내리고 영하 10℃ 이하의 한파가 연일 이어지자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하고 있다. 기후변화 이론에 미심쩍은 눈초리를 보내면서 지구가 더워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빙하기가 다시 도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던지는 것이다.
과연 이러한 문제 제기는 합당한 것일까? 대부분의 기상 전문가와 기후학자들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많은 과학자들은 지구 온난화와 이상 한파라는 외견상 정반대 현상의 원인을 기후변화라는 한 뿌리에서 찾는다.
일반적으로 기후라는 단어는 장기간의 평균적인 기상 상태를 의미한다. 30년, 50년, 100년과 같은 오랜 기간의 평균 기온, 강수량 등을 기후 값이라고 하며, 이러한 기후 값이 변하는 것을 기후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학술적인 차원에서 기후 변화는 관찰하는 시간의 범위에 따라 두 가지 양상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 중 하나는 위에서 설명한 사전적 의미와 동일한 맥락으로 아주 장기간에 걸쳐 기상의 평균적인 상태가 변화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최근 100년 간 지구 평균 온도가 0.74℃ 상승했다는 사실은 명백한 기후변화 현상이며, 지구가 따뜻해지는 방향으로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기후 변화와 지구 온난화는 동의어로 인식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이러한 장기간의 변화와 동시에 단기적으로 기온, 강수량 등의 변화 폭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를 기후 변동이라 한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기본적으로 적도 지방은 에너지가 넘쳐 나고 극지방으로 갈수록 에너지가 부족한 불안정한 상태인데, 기후 변동은 지구상의 에너지 불균형에 의한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발생한다.
산업혁명 이후 온실가스 농도가 증가하면서 지구에 여분의 에너지가 축적되어 불안정한 긴장 상태가 심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장기적으로는 지구 평균온도가 높아지고 단기적으로는 폭설, 한파와 같은 이상 기상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기상 이변이 1회성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지구상의 온실가스는 줄어들기는커녕 인간의 산업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그 농도가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다. 최근 북반구에서는 한파와 폭설로 한바탕 난리를 겪고 있는 반면, 남반구 호주에서는 40℃를 넘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남아 도는 불안정한 에너지가 지구상의 어떤 지역에서는 폭염으로, 또 다른 지역에서는 한파나 폭설의 형태로 소진되고 있는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노력 지속을
사정이 이러한데, 올 겨울 유난히 심했던 폭설과 한파를 근거로 인류가 직면한 지구온난화 위기를 무시하거나 애써 외면하려 한다면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구 온난화가 거대한 악곡(樂曲)이라면 한파와 폭설 같은 기상 이변은 작은 변주곡에 비유할 수 있다. 올 겨울 우리는 지구 온난화의 암울한 변주곡을 감상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게을리 한다면 다가올 수많은 겨울을 슬픈 변주곡과 함께 보내야 할 것이다. 생각만 해도 답답하지 않은가?
이석조 국립환경과학원 기후대기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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