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29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유독 일자리 창출을 강조했다. 그는 "일자리 만들기에 힘을 쏟는 것이 국회의 본분"이라며 "2월 임시국회는 일자리 국회로 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 남부 국정보고대회에서 안 대표는 "서민 속으로 들어가 국민과 아픔을 나누는 정당이 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권여당의 원내대표가 서민과 일자리를 챙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날은 왠지 생소하게 들렸다. 한나라당이 '세종시 집안 싸움'에 열을 올리느라 한동안 민생은 뒷전이었기 때문이다.
대통령 임기 5년 중 일하기에 가장 좋은 시점이 집권 3년 차라고 한다. 한나라당이 국민과 나라의 미래를 위한 각종 정책들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려 한다면 올해가 적기라는 얘기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연초부터 그 힘을 세종시를 둘러싼 계파간 권력 게임에 쏟아 붓고 있다. 친이계와 친박계 구분 없이 만나기만 하면 세종시를 놓고 설전을 벌이느라 민생이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들어 열린 한나라당 공식 회의에선 세종시 논쟁이 빠진 적이 거의 없다. 당직자들이 민생 정책을 거론한 것은 '임금체불 대책 마련'(26일) '일자리 창출'(22일) '밀가루 식품 가격 인하'(19일) 방안 등이 거론된 서너 차례 뿐이었다. "더 강도 높게 서민 중심의 정책을 추진하겠다"던 정몽준 대표의 신년 기자회견 발언이 무색할 지경이다.
집권당의 이런 풍경을 접하는 국민들의 걱정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나라당 홈페이지 게시판엔 "세종시 밥그릇 싸움만 합니까"(김천수) "세종시 싸움은 그만 하고 민심을 다뤄 주세요"(박선규) "서민을 생각하십니까"(조동규) 같은 글들이 다수 올라 있다. 한나라당은 국민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지는 못할 망정 국민들을 걱정시키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최문선 정치부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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