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 문제지 유출 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서울 R어학원 대표가 소속 SAT 강사를 납치ㆍ폭행한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서울경찰청 형사과는 29일 R어학원 대표 A(40)씨 등 9명을 납치와 폭행, 강요 등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2월 중순 유명 SAT 강사 B(38)씨를 강제로 승용차에 태운 뒤 경기도에 있는 한 별장으로 납치해 수 차례 폭행하고 흉기로 위협한 뒤 재계약을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이들에게 수 시간 동안 감금당한 B씨는 재계약서에 서명했으나, 이후 학원측과 연락을 끊고 잠적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
B씨는 영어작문 분야에서 독보적인 강사로 유명세를 타 한달 수강료가 수백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수사대상자 9명 중 범행에 적극 가담한 2명에 대한 조사를 마쳤으며, 범행을 주도한 학원대표 A씨 등 나머지 7명에 대해서도 추가로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그 동안 강남 SAT 학원가에서는 스타강사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 각종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에도 모 학원장이 계약기간 중 다른 학원으로 옮긴 강사 2명을 상대로 강의금지 가처분신청을 내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기도 했다.
학원 관계자는 "스타강사를 따라서 수강생들이 대거 이동하기 때문에 학원들이 스타강사를 잡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며 "수억원의 연봉으로 이들을 붙잡는데, 아예 폭력을 동원할 정도라니 도를 넘어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SAT 문제지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날 경기 가평 시험장에서 SAT 문제지를 빼돌린 혐의로 구속된 R어학원 강사 장모(36)씨와 이 학원 대치동지점장 이모(39)씨를 상대로 학부모에게서 문제지 유출 대가를 받았는지 집중 조사했다.
김청환 기자 chk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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