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재정상황, 예산산정 근거를 살펴보니 (등록금) 동결 시 264억원의 적자가 나는 것으로 파악돼 어쩔 수 없었습니다."27일 연세대 등록금 인상 발표 기자회견에서 나온 얘기다. 학교 당국의 설명처럼 보이지만, 실은 이 학교 총학생회장이 한 얘기다. 학교 사정을 들어보니 등록금 인상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 때 재정부족과 운영난을 내세운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총학생회가 그에 동조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현 연세대 총학생회는 등록금 동결을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됐다. 한 달 전엔 학교 곳곳에 등록금 동결을 요구하는 수십 개의 플래카드도 내걸었다. 재학생 수천명의 서명도 받았다. 그런 총학생회가 대학 당국과의 세 차례 면담 뒤에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이다.
당초 등록금 동결 주장이 터무니 없는 것이었거나, 갑작스런 입장 변화가 무책임하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등록금을 2년 연속 동결할 경우 대학의 부담이 적지 않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이해된다. 경제난으로 기부마저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미 다른 많은 대학들이 등록금 동결을 선언했다. 정부가 팔목을 비틀어서라기보다 400만명이 사실상의 실업자로 전락한 현실을 대학도 외면할 수 없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연세대는 수천억원의 기금을 쌓아놓고 있어 다른 대학들보다 재정사정이 나은 편이다. 그러나 재정운용의 투명성은 매우 낮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총학생회는 이날 이런 사실들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총학생회가 학생들의 의사를 대변하기는커녕 학교측의 일방적인 조치에 들러리를 섰다." 28일 종일 연세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학생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강지원 사회부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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