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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은행 사외이사제 매듭 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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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은행 사외이사제 매듭 풀기

입력
2010.01.29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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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유머 작가가 작품에 소개한 미국 중서부의 목가적 호반 마을을 "모든 아이들의 성적이 평균 이상인 곳"이라 묘사했다. 모두가 평균 이상일 수 없듯이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 사이에 조화로운 균형을 유지해주는 완벽한 제도는 없다. 이런 어려움은 기업의 지배구조 논란과 관련해서도 의미심장하다.

'견제와 관치' 균형 어려워

은행은 사기업 중에서도 특수하다. 은행이 망하면 비슷한 규모 기업의 경우보다 국민경제에 주는 피해가 훨씬 크다. 은행의 주주와 종업원뿐만 아니라 예금자, 거래 금융사와 기업들이 위험에 처하고 금융시스템 전체가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공적 개입과 납세자들의 비용분담이 필연적으로 따른다. 우리가 1997년에,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2008년에 뼈저리게 겪은 일이다.

그래서 은행들은 일반 기업보다 훨씬 더 엄격한 감시를 받는다. 감독 당국이 사기업인 은행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은행의 최종 의사결정기관인 이사회에 경영진과 거리가 있는 이사들을 포진시켜 견제 역할을 하도록 한다. 바로 사외이사 제도이다.

사외이사 제도에 대한 논란이 많다. 견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모범규준이 제시되었다. 전문성이 있는 연구원 연구자들이 그 전부터 준비한 것인데 안타깝게도 지난해 말 불거진 국내 모 대형은행의 지주회사 회장 선출을 둘러싼 논란의 연장선에서 보는 시각도 있다. 물론 관치 냄새를 지우긴 어렵다. 하지만 지난 경험을 반영하여 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세계 경제를 대공황 벼랑 끝까지 몰고 갔던 미국의 금융위기도 부분적으로 금융회사 이사회의 실패를 반영한다. 도산한 투자은행들뿐만 아니라 엄청난 공적 자금 수혈을 통해 기사회생한 대형 금융사들도 단기적 성과에 급급한 경영자들의 지나친 위험 감수를 견제하는데 실패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실패는 최근 미국 정부의 매우 강력한 은행산업 재편과 감독 강화라는 엄청난 반작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의 경우 은행 사외이사 논란이 미국과 같이 심각한 문제 때문에 제기된 것이 아니라 다행이지만 지금껏 드러난 문제는 결코 적지 않다. 주주총회가 사후 추인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사외이사로 선임은 은행의 주인인 주주와의 연결고리가 거의 없다. 평균 70% 정도 사외이사로 구성된 이사회는 비교적 후한 보수에 더해 자신들과 주주의 이해를 동조화한다는 취지로 성과급과 함께 주가가 오르면 낮은 가격에 살 수 있는 스톡옵션을 자신들에 부여했다.

물론 은행 성과가 악화해도 책임질 일은 없다. 경영진은 온갖 편익을 제공하여 이사회를 자기편으로 만들고자 한다. 이런 자리를 마다할 사람은 드물 것이다. 여기에 누구를 선임할지를 재임기간에 제한이 없는 사외이사들이 결정해왔으니 세력화가 불가피하다. 이사 선임은 이사회를 우군화한 경영진의 관계유지 수단이 될 뿐만 아니라 정치 세력의 논공행상을 위한 방편도 될 수 있다.

제도 개선보다 의지가 중요

이번 개선안은 제기된 문제들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성과를 거두려면 제도를 남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자제와 이사들이 맡은 역할을 다하려는 선의의 노력이 필요한데 매우 어려운 주문이다. 아울러 효율적 경영을 위해서는 이사회와 경영진의 관계가 적대적인 것도 곤란하다. 아무래도 사외이사 제도는 은행 지배구조라는 난제, 그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는 알렉산더의 칼은 아닌 것 같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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