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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거침없이 달린다/ <상> "이젠 현대가 혼다보다 유명" 작년 순익 3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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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거침없이 달린다/ <상> "이젠 현대가 혼다보다 유명" 작년 순익 3조

입력
2010.01.29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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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구요? 혼다요?(What? Honda?)" 1998년 인도 첸나이 공장에 근무하던 현대차 직원들이 지겹도록 듣던 소리다.

현지 정부 관계자나 일반인들은 현대차를 일본의 혼다로 착각한 것. 하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당시 인도에 근무했던 박승호 부장(현대차 설비구매팀)은 "이제 현대가 혼다보다 유명하다"며 자신있게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현대차는 인도 내수 시장에서 28만9,000여대를 팔며 판매 2위에 올랐으나 혼다는 6만,1000여대 판매에 그쳤다.

현대ㆍ기아차가 세계 자동차 업계의 생존 화두인 신흥시장 전쟁의 개막전에서 승자가 됐다. 현대ㆍ기아차는 올해 이 같은 해외 경영을 더욱 가속화, 제2의 도약을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28일 지난해 2조9,61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전년의 1조4,479억원에 비해 104.5%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이익 증가는 중국과 인도 등 해외 공장이 주도했다. 지분법 이익에 따른 현대의 중국법인 이익은 3,110억원, 인도법인 역시 859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중국공장은 전년(29만4,000여대)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57만3,000여대를 판매했다.

매출액 역시 3조9,860억원에서 8조8,980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인도공장 역시 48만9,000대에서 56만대로 늘어났다. 매출액은 3조898억원에서 5조180억원으로 증가했다.

중국과 인도 시장에서 이 같이 선전한 것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로 미국, 유럽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수요가 감소한 반면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시장은 수요가 오히려 급증하면서 세계 자동차 업계가 이들 나라에서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시장은 지난해 1,350만대의 자동차(상용차 포함)가 팔려 미국을 제치고 세계1위의 자동차 소비 국가가 됐다.

현대ㆍ기아차와 견줄만한 업체는 독일의 폴크스바겐. 폴크스바겐은 중국에서 무려 139만7,414대를 팔았다. 하지만 인도시장에서는 맥을 못 춰 3만대도 팔지 못했다. 비상이 걸린 폴크스바겐은 결국 지난해 말 인도 내수 1위인 마루티-스즈키를 염두에 두고, 일본 스즈키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현대ㆍ기아차 견제에 나섰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올해 베이징 3공장, 브라질 공장 착공 등 해외 경영 가속화로 맞설 계획이다. 미국 시장에 대한 공세도 강화한다. 2월 미국 조지아 공장이 본격 가동에 들어가 쏘렌토R 등을 선보이고 신형 쏘나타도 다음달 미식축구 슈퍼볼 TV 광고를 시작으로 미국에 본격 상륙할 예정이다. 미국 시장에서 도요타의 대규모 리콜 사태도 호재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 학과 교수는 "현대ㆍ기아차의 해외 경영 강화는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며 "품질 향상은 일정 수준으로 오른 것으로 평가돼 결국 환율과 글로벌 경기 회복 여부가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 '정몽구의 리더십과 품질경영' 국내외서 주목

국내외 전문가들은 현대ㆍ기아차의 무서운 질주의 요인으로 정몽구 회장의 리더십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5년 뒤, 10년 뒤를 내다보고 차종을 개발하고 판매 전략을 짜야 하는 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강력한 리더십은 해당 기업의 성쇠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에서 구매자가 실직시 차를 반납할 수 있게 한 어슈어런스 프로그램과 미식 축구 슈퍼볼 TV 광고는 대표적인 예. 지난해 불황 속에 다른 업체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마케팅이었지만 현대ㆍ기아차는 과감하게 밀어 부쳐 미국 점유율 월간 8%대에 올라서는 등 위기를 성장의 기회를 만들었다. 이에 대해 미 경제전문지 포춘은 올 신년호에서 현대차의 성공과 정 회장의 리더십을 소개하면서 “(두가지 성공요인을) 아이디어 단계에서 실행에 옮기는데 한 달여 밖에 걸리지 않았다”며 “신속한 의사 결정이 현대차의 성공요인”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공격적인 마케팅과 함께 ‘품질 경영’은 정 회장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정회장은 1998년 회장에 취임하자마자 품질총괄본부를 발족, 품질 향상에 승부수를 던졌다. 대형 럭셔리 카 제네시스가 지난해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2009 북미 올해 최고의 차’로 선정될 수 있었던 것도 품질에 기인한 때문이었다. 이는 도요타도 이루지 못한 성과였다.

품질 향상을 바탕으로 정회장은 올해도 ‘공격 경영’의 기치를 더욱 높이 들고 있다. 정회장은 올해 시무식에서 전 임직원들에게 “세계 자동차 시장은 혹독한 변화와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면서도 “어떤 경쟁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도전한다면 올해를 새 역사를 창조하는 뜻 깊은 해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공격 경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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