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가장 많은 장애인들이 제일 편하게 일하는 회사를 운영하는 게 제 꿈이에요. '인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 이번 행사를 통해 제 꿈을 더욱 확실히 되새긴 것 같아요."
이슬기(18·부천 부명고2) 양이 '청소년모의인권이사회' 참가 소감을 말하자, 조재연(17·용인 현암고1) 군도 한 몫 거든다. "저는 이번 행사가 딱딱하지 않아 너무 좋았어요. 그 중에서도 이주민노동자밴드 축하공연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분들이 공연 후 들려준 한국생활 이야기는 슬프기도 하고 뭔가 느끼게 하는 것도 많았거든요."
26~28일 국가인권위원회와 고려대학교가 공동주최한 '청소년모의인권이사회'에는 이들을 비롯, 모두 250여명이 참가했다. 2박3일의 빠듯한 일정 동안 참가자들은 정보인권(인터넷 실명제, 개인정보보호 등), 이주아동인권(무국적 아동의 교육 및 의료권 등), 안락사, 병역(대체복무제 및 군가산점), 집회 및 결사 표현의 자유 등을 의제로 열띤 토론을 진행했다.
평소 학교 내신성적에 신경 쓰느라 바빴을 참가자들은 행사 내내 '다양성 인정''상대방 존중'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등이 인권의 밑바탕에 깔려야 한다며 건강하고 성숙된 시민의식을 유감없이 표출했다. 회의 중에 나온 의견들은 따로 모아 행사 마지막 날인 28일 한국정부 권고안을 만들기도 했다.
이들은 이날 인터넷실명제 반대와 청소년집회자유 등의 내용 등을 포함하는 권고안을 유엔회의 형식을 빌어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
이슬기 양은 "단순한 차이 때문에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며 "이 생각이 내 꿈을 이루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한수아(19)양은 "이번에 토의한 의제 결의안에는 모두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들어있다"며 "이것만 이루어져도 세상은 훨씬 아름다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참가자 대부분은 학교장 추천을 받은 고등학생. 학생회장 등의 이력을 가진 학생들이었지만 비학생 신분으로 행사에 참가한 청소년도 8명이나 됐다. 그들 가운데 한 명인 오슬아(19)양은 "올해 수능을 목표로 혼자 공부하면서 이런 행사에 자주 참가하고 있다"며 "외교관이 돼 해외에서 국민들의 인권을 지키는 일을 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행사를 준비하며 인권에 관심 있는 청소년을 공개모집 했는데, 예상보다 많은 1,000여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며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된 이번 행사의 성과를 토대로 내년에는 보다 알찬 대회가 되도록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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