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28일 다보스포럼 연설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서울 G20 정상회의를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세계 경제질서를 재편하는 전환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구미 국가 주도의 금융체제 개혁과 동시에 선진국과 개도국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글로벌 금융안전망(GFSNㆍGlobal Financial Safety Net) 구축에 대한 논의를 서울 회의에서부터 시작해보자는 것이다. 여기에는 새로운 국제금융질서 구축 과정에서 우리가 선진국과 개도국의 가교역을 자임함으로써 국제적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 들어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GFSN 구축은 금융위기에 대비해 과도하게 외환보유고를 축적하는 개도국과 신흥국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GFSN이 구축되면 개도국 등이 보유 외환 확충에만 매달리지 않게 돼 각국 경제가 다시 정상화할 것이라는 논리다. 세부 방안으로는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금융기구 지배구조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과 함께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 다자화기금과 같은 지역별 자금 지원체계 수립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형 금융기관의 방만한 경영을 뜻하는 이른바 '대마불사'와 관련한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일부 금융사에 대한 수술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또 "서울 G20을 계기로 신흥경제국과 개도국의 전문가 및 정책입안자들이 참여하는 국제회의와 세계 유수 기업인들이 참여하는 비즈니스 서밋(Summit) 개최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G20 회의를 명실상부한 세계 여론의 주도적인 장(場)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연설 직후 즉석에서 클라우스 슈워브 세계경제포럼(WEF)회장과 일문일답을 갖고 "선진국의 금융은 공히 윤리적이여야 하고, 금융산업 종사자들이 적극적으로 변화의 방안을 제시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금융개혁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사공일 G20 회의 준비위원장은 "서울 회의는 세계경제의 재균형에 대한 해법을 각국이 함께 모색하는 첫 출발선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럼 연설을 마친 이 대통령은 로이타르트 스위스 대통령 등 주요국 정상들과 양자 회담을 가졌으며,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등 세계적인 경제인과도 만나 한국에 대한 투자 등을 집중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영국 BBC방송과 회견을 한 뒤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로 열린 '코리아 나이트(Korea Night) 2010'에 참석, 각국 지도자들을 상대로 '세일즈 외교'에 진력했다. 이 대통령은 29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등과 면담한 뒤 귀국길에 오른다.
다보스=염영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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