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용병' 데스티니 후커(22ㆍGS칼텍스)의 '테이핑 주문'이 화제다.
영어로 '운명'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데스티니는 운명처럼 '테이핑 주문'도 믿고 있다. 그는 지난 10일 국내 프로무대 데뷔전이었던 도로공사와 경기서부터 손가락을 감은 테이핑에 주문을 새겼다. 크게 네 가지로 나눠지는 주문은 빽빽이 손가락을 휘감고 있다. 일단 왼손 바깥쪽에는 mom(엄마) 33, dad(아빠) 44가 표기된다. 33과 44는 농구 선수 출신인 어머니와 아버지의 선수 시절 등번호다.
왼손 안쪽에는 god bless!(신의 축복), 오른손 바깥쪽에는 21vet와 자신이 좋아하는 성경 구절의 장과 절이 적혀 있다. 21vet은 데스티니의 언니 마르차베트 후커(marchavet hooker)를 뜻하고 '21'은 육상 선수인 언니의 배번이다. 미국의 단거리 국가대표인 마르차베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0m에도 출전한 스프린터로 5위를 차지한 실력파다. 마지막으로 오른손 안쪽에는 데스티니의의 가장 친한 친구 이름인 Jay와 Dee가 자리잡고 있다.
이처럼 데스티니는 매 경기 주문들과 함께 플레이를 하고 있다. 성경 구절을 제외한 나머지는 항상 똑같다. 하지만 절친한 친구인 제이와 디, 아버지의 추천을 받는 성경구절은 매번 바뀐다. 데스티니는 "미국고등학교 시절부터 줄곧 테이핑 문구를 해왔다. 경기에 나설 때마다 친구, 가족의 응원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주문을 새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데스티니의 테이핑 주문은 엄청난 위력을 나타내고 있다. GS칼텍스는 데스티니가 합류한 뒤 팀 창단 최다인 6연승을 기록했다. 8승10패가 된 GS칼텍스는 3위로 뛰어오르며 플레이오프 진출권에 올라섰다.
이전에도 '글자 주문'이 배구판에 등장한 적이 있다. 2007~08 시즌 현대건설은 연패의 늪에 허덕이자 선수단 전체가 손등에 주문을 새겨 11연패에서 탈출한 전례가 있다. 당시 용병 티파니는 '다 올려!'라고 써서 의지를 불태웠다.
김두용 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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