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자의 눈] 자업자득 '한 지붕 두 수장' 사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자의 눈] 자업자득 '한 지붕 두 수장' 사태

입력
2010.01.29 00:12
0 0

“평생 그림만 그려온 사람이 법률 전문가가 다 됐습니다. 서글플 따름입니다.”

해임처분 취소 판결에 이어 26일 법원으로부터 해임처분 집행정지 결정까지 받은 김정헌 전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은 2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위원장 지위를 회복했으니 법이 정해준 대로 2월 1일부터 정상 출근하겠다. 잘못된 해임에 대한 응징 차원”이라며 “현재 재직 중인 대학에는 휴직원을 낼 예정”이라고 했다.

문화예술위 관계자는 “우리는 할 말이 없다. 인사권자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문화부 관계자는 “항고할 예정”이라며 “출근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현 위원장을 대신해 업무를 보시지는 않을 것으로 안다”고 곤혹스러워했다.

노무현 정권 말기에 임명돼 정권이 바뀐 뒤 전방위적인 사퇴 압박을 받았던 김 전 위원장은 결국 1년을 버티지 못하고 2008년 12월 문화예술진흥기금 운용규정 위반을 문제삼은 문화부에 의해 해임됐다. 그는 곧바로 소송을 냈고 1년 만에 위원장 지위를 회복하게 된 것이다. 문화부가 항고 의사를 밝혔지만 극단적으로는 김 전 위원장의 임기가 보장된 9월까지 문화예술위는 ‘한 지붕 두 수장’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우스꽝스러운 사태는 진보 인사 솎아내기 차원에서 코드가 다른 기관장들을 막무가내로 쫓아냈던 현 정권의 자업자득이다. 정권이 바뀌었으니 뜻이 맞는 사람을 써야 한다는 논리에 수긍할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치졸한 방식이다. 김 전 위원장은 “문화부가 감사를 하면서 외국 예술인들을 위해 마련한 레지던스의 출입문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트집까지 잡았다”고 털어놓았다.

정연주 전 KBS 사장, 김 전 위원장 등에 대한 잇단 해직무효 판결은 자리를 챙겨줘야 할 사람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임기가 보장된 기관장을 해임할 때는 합당한 근거와 명분을 제시해야 한다는 경고인 셈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같은 혼란을 겪어야 할 것인가. 보수건 진보건 제2, 제3의 김정헌 사태가 반복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왕구 문화부 기자 fab4@hk.co.kr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