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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명성 금가고… 자존심 구기고

입력
2010.01.29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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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요타자동차의 고품질ㆍ안전 명성이 미국에서 잇따른 대량 리콜로 금이 가고 있다.

두달여만에 무려 700만대 규모의 무상 수리 계획이 발표되자 제너럴 모터스(GM) 등 경쟁사들은 파격적인 할인 마케팅을 실시하는 등 실적 만회의 호기로 삼고 있다.

부품 개발 소홀과 해외조달부품 관리 허점이 이번 사태를 불렀다는 지적이다.

도요타의 위기감은 가속 페달 결함으로 미국에서 230만대의 리콜 계획을 발표하고 관련 차종의 판매ㆍ생산을 일시 중단하는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통상 자동차 리콜은 교체 부품을 확보한 뒤 결함을 당국에 신고하고 무상 수리하는 순서를 밟는다. 하지만 도요타는 미 정부에 먼저 리콜 신고서를 제출한 뒤 부품 수리나 신품 교환 등의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도요타의 대표적인 고급승용차 렉서스의 운전석 발판이 미끄러져 가속 페달에 걸려 사망사고까지 났지만 "차량에 결함이 없다"는 대응을 고집하는 바람에 미국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았기 때문이다. 결국 11월에 사실상 리콜에 해당하는 426만대 무상수리 계획을 발표했고 27일에는 발판에 문제 있는 차량이 109만3,000대 더 있다고 발표했다.

잇따른 리콜 사태로 일본에서 도요타 주가는 21일 4,190엔에서 28일 3,560엔으로 일주일새 15%나 떨어졌다. 도요타는 최근 올 회계연도 실적을 3,500억엔 적자로 당초 예상보다 대폭 감축했지만 리콜 파문이 조기에 수습되지 않을 경우 악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틈타 GM은 2월 말까지 도요타 차를 GM으로 바꿀 경우 1,000달러를 할인해주고 차량 구입비도 60개월 무이자 대출해주는 등 노골적인 도요타 고객 빼오기 마케팅까지 벌이고 나섰다. 도요타에 대한 미국 소비자 불만이 확대될 경우 중ㆍ소형 승용차 시장에서 경쟁관계인 한국 자동차 업체도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

도요타 리콜 사태의 원인으로 우선 지목되는 것은 부품 개발 부실이다. 이번 리콜 대상은 모두 2005년 이후 연식이다. 신차 출시가 부품 개발을 포함해 보통 3, 4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모두 도요타가 생산물량 확대에 급급하며 개발ㆍ생산부문 인력 부족을 호소했던 2000년대 들어 개발된 차량들이다.

해외조달 부품의 관리 부실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가속 페달 결함은 미국회사인 CTS에서 납품 받은 부품이었다. 게다가 생산비용 절감을 위해 차종간 공유 부품을 늘려온 것도 리콜의 규모가 커진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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