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불법 연행돼 간첩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한 뒤 고문 후유증으로 숨진 두 형제에게 법원이 35년 만에 무죄를 선고했다.
광주고법 형사3부(부장 장병우)는 28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돼 각각 징역 10년에 자격정지 10년과 징역 3년6월에 자격정지 3년6월을 선고받고 복역한 김우철ㆍ이철씨 형제에 대한 재심에서 “간첩혐의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경찰 수사관들이 1975년 피고인들을 영장도 없이 불법 연행한 후 16일간 불법 감금한 상태에서 수사했을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고문과 폭행, 협박 등 가혹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와 원심에서 드러난 증거들을 종합해봐도 김씨 형제에 대한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1947년 일본으로 건너가 자수성가한 재일교포 김우철(당시 57세)씨는 75년 2월 동생 이철(당시 51세)씨와 함께 경찰에 불법 연행된 뒤 온갖 고문과 협박을 견디다 못해 간첩 혐의를 허위 자백한 뒤 기소됐다.
김씨 형제는 재판과정에서 “경찰의 고문으로 허위자백을 했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형을 선고했다.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나온 김씨 형제는 고문 후유증으로 병원을 전전하다가 우철씨는 출소 3년 만에, 이철씨는 출소 2년 만에 숨졌다.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당시 경찰이 김씨 형제는 물론 친인척들도 10여일간 잡아 가두고 허위 진술을 강요했는가 하면, 석방의 대가로 돈을 받아 챙기기도 한 사실을 확인, 지난해 3월 재심을 권고했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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