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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조 시장으로"… 原電강국 코리아는 잠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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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조 시장으로"… 原電강국 코리아는 잠들지 않는다

입력
2010.01.29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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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력/ '워룸'서 고객 맞춤형 전략…KEDO 경험도 한몫

"한국, 원자력 분야의 새로운 호랑이로 떠올라."

14일 프랑스의 일간지 '르 피가로(Le Figaro)'가 한국의 원자력 발전 산업을 집중 조명하는 특집 기사를 내보내며 뽑은 제목이다. 400억 달러 규모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는 '떼 논 당상'이라 자신했던 프랑스. 하지만 한국에게 밀리며 쓴 잔을 맛봐야 했고 뒤늦게 "한국을 과소 평가한 건 큰 실수였다"고 후회하고 있다.

자타가 인정하는 원전 선진국 프랑스를 제치고 세계 무대에 원전 수출국 대한민국의 이름을 오롯이 새길 수 있었던 데는 뭐니뭐니해도 한국전력의 힘이 컸다. 그 중심은 삼성동 한전 본사 지하의 '워 룸(War Room)' 이었다.

한국전력을 비롯,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전력기술, 한전원전연료 등 자회사들과 두산중공업,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 기자재 제작사, 시공사 관계자 80여 명이 모인 것은 지난해 5월 초.

한전 김쌍수 사장은 역사를 바꿀 큰 '전쟁'을 치르는데 여러 주체들이 힘을 한데 모을 필요가 있다며 워룸을 만들자고 제안했고 민간 기업들도 크게 공감했다. 특히 UAE 실사단은 민간 회사 관계자들까지 함께 워룸에 모여서 수주전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고 놀라워 했다는 후문이다.

워룸이 문을 연지 얼마 지나지 않은 5월 6일 수주전의 1차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입찰 자격 획득'에 성공하자 워룸은 환호성으로 가득했다. 한전 관계자는 "딱 3개 후보에게만 자격을 얻었고 그 때만 해도 이 정도도 큰 성공이라는 분위기였다"며 "큰 일 한 번 내보자고 파이팅을 외쳤다"고 회고했다.

워룸은 UAE 현지 시차에 맞춰 일을 했다. 발주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빠르고 정확하게 응대하기 위해서였다. 이곳에서 5권, 1,200페이지에 이르는 입찰자격 제출 서류를 비롯해 최단 공기, 최적 공사비, 최고 안전성을 위주로 8권, 1,800페이지에 달하는 입찰서를 만들어냈고 UAE 현지에서 수시로 요구하는 자료를 쏟아냈다.

한전 팀은 무조건 관련 서류를 정해진 시간보다 먼저 제출해 발주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한전 관계자는 "경쟁국들은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한 반면 우리는 기한보다 빨리 서류를 내는 걸 보고 UAE에서 의아해 했다"며 "특히 영어를 쓰는 나라도 아닌 한국이 수천 페이지의 문서를 영어로 만들어내는 걸 신기해 하며 직접 확인하러 한국에 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빠른 속도의 문서 준비에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경험과 인맥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KEDO 사업은 1994년 미국과 북한의 제네바 핵 합의에 따라 북한이 핵을 동결하는 대신 한국과 미ㆍ일ㆍ유럽연합(EU)이 북한에 1,000㎿급 경수로 2기를 건설해 주기로 한 사업으로 2002년 2차 핵 위기로 중단됐다.

UAE 원전수주전의 '야전사령관' 변준연 해외사업 총괄 부사장은 "KEDO의 모든 문서는 영어로 돼 있었다"며 "그 때 만든 매뉴얼, 자료들이 있었기에 이번에 수천 가지가 넘는 협상 자료, 제안서 등을 짧은 시간에 완성했다"고 밝혔다. 변 부사장을 비롯해 원전 수주 주역 30여명이 KEDO에 참여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던 점도 큰 무기였다. 1조원이나 쓰고 멈춰야 했던 '미운 오리 새끼' KEDO가 47조원의 황금알을 낳는 밑거름이 된 셈이다.

물론 원전 수주의 가장 큰 원동력은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한전의 원전 운영 실적. 우리나라는 1978년 원자력 발전시작 이후 총 20기를 가동 중으로, 가동이래 지난 30년 동안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었으며 원전이용율 또한 93.3%로 세계최고 수준(세계평균 79.4%)이다. 갑작스런 고장 등 뜻하지 않게 발전기가 멈추는 정지 시간의 비율을 가리키는 '비계획 발전손실율'도 주요 경쟁국들보다 매우 낮다.

한국형 원전 APR1400은 콘크리트 타설부터 상업 운전일까지 58개월이 걸려 프랑스 CRP1000(60개월), 러시아 VVER1000(83개월) 보다 건설 기간은 짧다. 건설 단가는 2,300달러(㎾ 당)로 다른 나라 보다 20% 저렴하다.

하지만 앞으로 한전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UAE에 이어 터키ㆍ요르단 등도 한전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세계 원전 시장은 앞으로 20년 동안 새 원전만 430개, 무려 1,20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도 최근 2012년 원전 10기, 2030년 30기 수출로 세계 원전 건설 시장의 20%를 차지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발표했다. 물론 그 선봉은 한전이다. 김 사장은 "원전설계코드 등 핵심 기술 자립화 토종 신형원전(ARP+) 개발 등 기술 자립 등 아직도 할 일이 많다"라며 "한국형 원전을 '월드 프리미어' 원전으로 업그레이드 하기 위한 새 연구개발(R&D) 프로젝트도 착실히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 두산중공업/ 원전 주기기 일괄생산 시스템 갖춘 '세계 2곳중 1곳'

"원자력발전 주기기 분야에서 글로벌 챔피언으로 도약하겠다."

두산중공업이 원전 주기기 제작 분야에서 세계 최강자의 자리를 굳히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세웠다. 세계원자력협회가 2030년까지 총 430기의 신규 원전 건설로 1,200조원의 시장이 형성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가운데 이른바 '원전 르네상스'의 주역이 되겠다는 것이다.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터빈발전기 등 원전 핵심 기자재 제작 전문회사인 두산중공업은 대한민국 원전 발전의 역사를 매번 새로 써왔다. 1980년대 초 미국 업체로부터 영광 원전 1,2호기용 원자로와 증기발생기를 수주함으로써 원전 주기기 제작 자립의 첫발을 내디딘 뒤 90년대 중반에는 주요 기자재 제작 기술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영광 3,4호기부터는 주기기 분야에서 외국 하청사를 거느린 주계약자 자리를 꿰찼다.

2007년에는 중국 최초의 제3세대 신형 원전인 산먼ㆍ하이양 원전에 들어갈 AP1000 주기기를 수주했고, 2008년에는 30년만에 원전 건설을 재개한 미국에서 발주한 3개 신규 원전의 주기기 6기를 전량 수주했다. 지난해 연말 우리나라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원전 수출국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데에는 이 같은 두산중공업의 주기기 기술력과 제작 경쟁력이 큰 힘이 됐다.

원전 주기기 제작 분야에서 두산중공업의 최대 강점은 일관생산능력이다. 핵심소재인 주단조 소재의 자체 공급 역량을 갖춘데다 소재에서부터 최종 제품 제작에 이르는 전 공정을 한 공장에서 처리할 수 있는 것이다. 일관생산 시스템을 갖춘 곳은 전 세계에서 두산중공업과 프랑스의 아레바 뿐이다. 소재 공급 능력을 갖춘 곳도 두산중공업을 포함해 3개 업체에 불과하다.

30년 이상 기술과 경험을 축적해온 점도 두산중공업의 강점이다. 단 한번의 사고가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 원전의 특수성 때문에 오랜 운영 경험과 국제사회의 신뢰가 필수적이기 때문. 8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원전 건설이 주춤해지면서 많은 주기기 제작업체가 도태됐지만 두산중공업은 국내 원전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경쟁력을 높여 왔다.

두산중공업은 지금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연간 2기 수준인 원전 주기기 생산능력을 내년 말까지 연간 5기로 끌어올리기 위한 설비투자가 한창 진행중이다. 최근 온실가스 배출 규제 강화로 향후 10여년간 원전 개발 이후 건설된 전 세계 원전 총량만큼의 신규 발주가 예상되는 만큼 이미 검증된 기술력과 안정성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을 제패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두산중공업은 특히 2030년까지 새로 건설될 세계 전체 원전의 25∼3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중국시장과 2030년에 약 30GW의 신규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측되는 미국시장 진출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2030년까지 UAE 원전 14기를 모두 수주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김태우 두산중공업 부사장(원자력BG장)은 "아레바와 GE-히타치 등 경쟁사들은 지난 20여년간 신규 원전에 주기기를 공급한 실적이 적은 데 반해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20여기의 원전 주기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왔다"면서 "UAE 원전 수주를 계기로 적극적인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는 한편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설비투자로 원전 주기기 분야에서 세계 최강자의 자리를 굳힐 것"이라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 현대건설/ 국내원전 70% 시공 '산증인'

'신고리 1~4호기' 건설현장에 배치된 현대건설 신입 직원이 반드시 독파해야 하는 책이 있다. 바로 '원자력 핸드북'인데, 현대건설이 1970년대 이후 30년간 국내(북한 KEDO 원전 포함)에서 17기의 원전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가 담겨있다. 한 전문가는 "현대건설처럼 30년간 원전을 꾸준히 건설하며, 시공 노하우를 발전해온 업체는 전세계에서도 드물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원전 수출의 최고 사령탑인 이명박 대통령이 최고경영자(CEO)를 지내기도 한 현대건설은 양과 질적인 측면 모두에서 한국 원전 건설역사의 주인공이다.

우선 양적으로 이 회사는 국내 원전의 70% 가량을 직접 시공했다. 1978년 '고리 1호기'이후 운영중인 20기 원전 가운데 60%인 12기를 만들어냈고, 지금도 '신고리 1~4호기'를 시공 중이다.

질적으로도 비약할만한 기술진보를 이뤄냈다. '고리 1호기' 당시에는 설계, 기기 제작 및 사업관리 등 핵심 공정은 외국에 의존한 채 시공만 담당했으나, 1995년 완공한 영광 3, 4호기부터는 시공 분야에서 100% 기술 자립을 이뤄냈다. 하도급 수준의 기술만 갖고 있던 업체가 20년만에 100% 기술을 습득한 것이 놀라웠던지, 당시 국제 건설분야의 유력 전문지인 '파워엔지니어링'이 자청해서 올해의 프로젝트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원전의 이용률은 경제성과 직결되는데, 우리가 만든 원전의 이용률은 세계 평균(80%대)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93%에 달한다"고 말했다.

원전 시공분야의 강력한 경쟁력이 알려지면서, 인도네시아와 루마니아 등 원전 시공을 고려 중인 해외에서의 '러브 콜'도 쇄도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2016년 원전 도입을 계획 중인 인도네시아와는 일체형 원자로(SMART) 이용을 위한 관련 조사에 착수했으며, 캔두(CANDU)형 원자로를 채택한 루마니아의 체르나보다 원전 3호기 공사에도 전문 인력을 파견해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 삼성물산/ 신공법 개발 공사기간 단축

"원전은 회사의 미래 전략 사업이다."

올 초 삼성물산 신임 사장으로 취임한 정연주 사장은 취임일성으로 원전 수주를 강조했다. 향후 기업의 먹거리로써 원전의 중요성을 임직원에게 강조하며, 원전 수주를 위해 총력을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

세계 최고층 건물인 버즈칼리파를 시공하며 초고층 건축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 받은 삼성물산이 원자력 발전플랜트 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플랜트의 꽃'이라 불리는 원자력 발전 시장에 진출한 것은 1998년 울진 원전5ㆍ6호기를 시공하면서부터. 2004년과 2005년 각각 울진 원전5ㆍ6호기를 준공한 삼성물산은 이를 계기로 원전 단독시공 능력을 확보했으며, 동시에 한국표준형원전을 최단기간에 시공하는 기술력도 보여줬다. 특히 울진 원전 5ㆍ6호기를 건설할 때 원전 탱크 용접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용접시공법을 선보였는데. 이를 계기로 삼성의 원전 기술력이 크게 인정 받기 시작했다.

울진 원전 5ㆍ6호기 시공 이후 삼성물산은 신월성 원자력 발전소 1ㆍ2호기를 국내업체와 공동 수주, 본격적인 원전 신공법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삼성물산은 신월성 원전에 ▦원자로 건물 격납철판(CLP) 3단 모듈화 공법 ▦원자로 냉각재 배관 자동용접 공법 ▦원자로 내장품 및 냉각재 배관 병행시공 등과 같은 공법을 도입, 원전 공사 기간을 단축하고 있다. 당초 1호기는 2012년 3월, 2호기는 2013년 1월에 준공될 예정이었지만 공기가 줄어들면서 각각 2011년 10월과 2012년 10월로 준공이 앞당겨졌다.

삼성은 여기에 적용한 공기단축 기술과 선진화된 시공관리 시스템 등의 기술경쟁력을 앞세워 해외원전 시장 개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물산은 현재 터키 아큐유 지역의 원전 외에 시놉 지역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요르단에서도 아카바 인근 지역에서 100만㎾급 원전 2기 건설을 목표로 기술성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일찌감치 해외진출을 목표로 일본 미쓰비시건설과 다이세이건설, 미국의 벡텔 등 해외 유수 건설사와 네트워크를 강화해왔다"며 "앞으로 미국에서 발주될 30기 안팎의 원전을 추가 건설할 계획도 세웠으며, 중국과 인도 원전공사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는 등 제3국 시장개척에도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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