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고풍스런 외교부 관저 랭커스터하우스에서 열린 아프가니스탄 국제회의에서 한국을 비롯한 60여개국 대표들은 5억달러에 달하는 기금을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이 기금은 탈레반들이 비무장을 약속하는 대가로 이들에게 사회 정착금을 지원하는 데 쓰여진다. 이에 따라 런던회의는 오랜 전쟁에 지친 국제사회가 탈레반을 향해 화해의 손을 내민 자리로 기록될 전망이다.
영 일간 인디펜던트는 "아프간 정부가 먼저 탈레반 조직 하위 75%이하 전사들을 대상으로 회유책을 펼치는 방안을 제시했다"며 "무기를 내려놓는 탈레반에게 직업, 교육기회, 경작지를 제공하는 회유책에 미국과 영국이 이미 동의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탈레반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과거 탈레반 집권시절 공직에 있었던 고위층에 대한 각종 제재를 우선 풀 것"이라며 "이들이 새로운 아프간 정부에 들어와 정치적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탈레반에 대한 회유책은 우선 이념에 대한 집착 없이 총을 들었던 하위 탈레반 전사들에 집중될 전망이다. 외신들은 아프간 정부가 이를 통해 약 3만명의 무장세력을 아프간 사회로 흡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보도했다.
이 같이 '부드러운'출구전략은 미국 등 주요 주둔군과의 전쟁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 이른바 '골수 탈레반'과 싸울 의사가 약한 다수 탈레반들을 분리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화책이 효과를 발휘해 탈레반 하위조직이 와해되면 탈레반 수뇌부는 수족이 잘려 더 이상 항전할 동력을 잃게 되고 아프간 전쟁의 돌파구가 열릴 것이란 계산이다. 고든 브라운 영국총리는 "경제지원으로 탈레반을 회유하는 방식은 극단주의자들로부터 온건한 탈레반 조직원을 떼어내는데 효과적"이라며 "이 같은 회유책을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이 원하고 있으며, 우리도 동의한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하지만 탈레반 배후에 있는 알 카에다는 국제사회의 화해대상에서 배제했다. 이에 대해선 미국의 입장이 매우 확고하다. 리처드 홀브루크 미 국무부 아프가니스탄ㆍ파키스탄 담당 특사는 "미국이 절대 용인할 수 없는 선이 있다면 그것은 알 카에다"라고 강조했다. 또 항복하는 탈레반 전사들에게 마치 뇌물을 전달하듯이 현금을 분배하는 방식은 배제된다. AP통신은 "현금으로 유인하는 것보다 주택건설 때 필요자금을 지원하고 치안확보를 위한 인력으로 군과 경찰에 채용하는 방식이 가장 적절하다는 데 대표들이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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