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4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10.7%에 달했다. 경제위기 상황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고속성장, 아니 이쯤 되면 과속성장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과열과 거품의 끝은 언제나 재앙이다. 중국 정부가 올 들어 서둘러 긴축 카드를 꺼내고 있는 것도 거품붕괴의 공포 때문이다. 선제적 출구전략으로 중국경제를 연착륙시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금융시장은 이 조차도 벌벌 떠는 모습이다. 거품이 터져 잿더미만 남는 것도 두렵지만 그건 나중의 걱정이고, 당장은 긴축 자체가 부담스런 것이다. 지난 13일에도, 26일에도 중국긴축 얘기가 나오는 순간 세계 증시는 폭락했다. 그만큼 중국 경제의 영향력이 막강해졌다는 것이고, '차이나 리스크'가 갈수록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
한껏 부풀어 오른 거품
지난해 중국 은행의 신규 대출은 9조6,000억 위안. 2008년에 비해 거의 두 배(95.3%)나 급증했다. 올 들어서는 대출 증가세가 더 가파르다. 불과 2주만에 1조1,000억 위안의 대출이 이뤄졌다.
시중에 풀린 유동성(돈)이 급격히 늘어나면 부동산, 주식 등 자산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70개 주요도시의 주택가격 상승세가 0.2%(작년 3월) →0.9%(7월) →1.5%(12월) 등 갈수록 가팔라지는 추세. 특히 주택 거래량은 작년 11월 전년 같은 달에 비해 무려 167%나 폭증했다. 주가 역시 작년 연간으로 74.2% 급등하며 미국(20.2%) 유럽(21.2%) 등 주요 선진국을 크게 앞질렀다.
자산가격이 오르면서 핫머니(국제 단기 투기자금) 유입도 급증세다. 국제금융센터는 작년 2~4분기 중 중국의 핫머니 유입 규모가 사상 최대치인 3,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최근 '2010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에서 "중국에서 무차별적으로 풀린 돈이 투기자산으로 흘러 들어가면 금융자산과 부동산 가격 거품이 커질 수 있다"며 "어느 순간 버블이 터지면 중국 경제 회복세에 제동이 걸리고 글로벌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긴축의 강도와 파장
이런 과열 리스크를 차단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꺼내든 카드가 긴축이다. 작년 말 핫머니 유입 규제에 나서고 부동산 가격 억제책을 내놓은 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본격적인 긴축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은행 지급준비율을 올리고, 신규 대출을 한시 중단하고, 채권 발행금리를 인상하고….
하지만 긴축은 또 다른 리스크를 낳으며 세계 경제를 더 큰 두려움에 몰아넣는 모습이다. 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향후 긴축의 강도가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 특히 금리 인상 시점도 멀지 않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주요 투자은행(IB)의 전망을 종합해볼 때 3~4월 중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또 늦어도 하반기부터는 위안화 절상에도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사실 호주나 노르웨이 등도 일찌감치 금리 인상을 단행한 마당에, 두 자릿수 고성장을 구가하는 중국이 점진적 긴축 조치에 나서는 건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긴축이 리스크로 받아들여지는 건 중국의 성장 둔화가 우리나라 등 주변국에 미치는 파장이 엄청나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의 대(對) 중국 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10.7%에서 작년에는 무려 23.7%까지 치솟은 것만 봐도 그렇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경제의 버블이 붕괴되거나 긴축으로 인해 성장세가 둔화되는 경우 모두 세계 경제에는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지금은 글로벌 불균형을 둘러싼 중국과 미국의 정치적 힘 겨루기까지 맞물려 있어 불확실성이 더욱 가중되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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