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 비만인 당뇨병 환자에게 위 상부를 끈으로 조이는 '랩 밴드 삽입술'을 시행하면 당뇨병이 완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은 몸무게(㎏)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인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을 말한다. BMI 25는 완만한 비만이고 30 이상이면 고도 비만이다.
김응국 이홍찬 성모병원 외과 교수팀은 "제2형 당뇨병 환자 17명에게 고도 비만수술의 일종인 랩 밴드 삽입술을 시행한 결과, 36%인 6명이 수술 3개월 후부터 당뇨약과 인슐린 주사를 모두 끊을 정도로 호전됐다"고 27일 밝혔다.
또 미국 등의 연구결과, 랩 밴드 삽입술을 받은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을 각각 5.7년, 7.2년 동안 비교한 결과 랩 밴드 삽입술을 받은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사망률이 60% 정도 감소했다.
고도 비만수술로는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도록 위 크기를 줄이는 방법(섭취제한술식)과 소화 흡수를 억제하는 방법(흡수억제술식) 등 2가지가 있다.
섭취제한술식으로는 랩 밴드 삽입술과 위 소매 절제술 등이 있다. 랩 밴드 삽입술은 위를 자르거나 소장과 연결하지 않고 위 상부에 밴드를 넣은 뒤 밴드 풍선을 부풀려 서서히 조여 위로 들어가는 음식량을 조절하는 수술법이다. 합병증이 생기면 랩 밴드를 제거하면 위가 원래대로 돌아간다. 랩 밴드는 1986년 개발돼 1993년 복강경으로 세계 최초로 시행된 이래 지금까지 미국과 유럽, 호주 등 전 세계적으로 25만 건 이상이 시행됐다. 국내에서는 2004년 김응국 성모병원 외과 교수팀이 처음으로 시술했다.
위 소매 절제술은 위의 15~20% 정도 되는 불룩한 오른쪽을 잘라내 음식 섭취량을 줄이고, 위에서 나오는 식이조절 호르몬 분비를 억제한다.
흡수억제술식으로는 소장을 우회해 음식이 흡수되는 장 길이를 짧게 만드는 담도췌장우회술이 있다. 섭취제한술식과 흡수억제술식의 절충형으로 루와이우회술이 있다. 1960년대 개발된 루와이우회술은 위를 15~20㏄ 크기의 작은 달걀 정도로 조그맣게 만들어 나머지 위와 분리해 놓고 소장을 올려서 연결하는 수술이다. 이를 통해 위의 크기를 줄여 음식 섭취를 제한하고 식욕을 떨어뜨리는 동시에 음식이 위와 십이지장을 우회하도록 해 음식물이 소화액과 접촉하는 기회를 줄여 칼로리 흡수를 줄게 한다.
임정택(소화기외과 전문의) 비에비스나무병원 과장은 "우리나라 비만인들은 지방을 많이 섭취해서라기보다 식생활 습관이 잘못된 경우가 많다"며 "따라서 랩 밴드 삽입술이나 위 소매 절제술 같은 섭취제한술식이 좋다"고 말했다.
수술은 전신 마취와 복강경으로 시행한다. 수술 시간은 랩 밴드 삽입술은 1시간 이내, 위 소매 절제술은 2시간 이내, 루와이우회술은 3시간 정도 걸린다. 랩 밴드 삽입술은 장을 연결하거나 위장을 자르지 않기 때문에 수술 후 1~2일 이내 퇴원할 수 있다. 수술 다음 날부터 유동식 식사도 할 수 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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