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 월화드라마 '공부의 신'의 강석호(김수로)와 MBC 월화드라마 '파스타'의 최현욱(이선균)은 쌍둥이 같다. 학교와 주방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그들은 같은 방식으로 자신의 조직을 바꾸는 리더들이다.
강석호는 폐교 직전의 병문고를 명문고로, 최현욱은 레스토랑 라스페라의 주방을 자신의 요리철학을 실천하는 곳으로 만들려 한다. 강석호는 무능력한 교사들을, 최현욱은 불성실한 요리사들을 경쟁력 있는 외부 인사로 대체한다. 강석호는 학생들의 성적을 급상승시킬 수 있는 유명 강사 팀을, 최현욱은 실력파 요리사들을 데려온다.
고용 안정에 위협을 받는 조직원들이 반발하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대신 경쟁을 요구한다. 강석호는 자신이 꾸린 특별반의 성적이 나쁘면 떠나겠다고 공언하며 교사들에게도 재임용 시험을 치라고 요구한다. 최현욱도 공개 오디션을 통해 요리사를 뽑는다. 경쟁에서 이기면 살고, 지면 죽는다. 강석호와 최현욱이 그렇게 원해서만은 아니다. '공부의 신'에서 병문고는 학생들의 성적을 올리면 대기업에 의해 자사고로 전환될 수도 있다. '파스타'에서 레스토랑의 오너 김산(알렉스)은 레스토랑의 이익을 내기 위해 모든 직원들에게 신메뉴를 만드는 경쟁을 시킨다. 모든 것이 실적으로 평가되는 세상에서 경쟁력은 고용 안정이나 학생의 자율성보다 위에 있다.
초등학교 아이들도 전국 단위로 성적 경쟁을 할 만큼 경쟁이 내면화한 시대에 강석호와 최현욱이 등장했다. 두 남자가 매우 카리스마적인 인물로 그려지는 건 필연적이다. 경쟁을 강조하지만, 스스로도 경쟁에 뛰어들어 그 결과에 책임지는 그들의 모습은 도태의 불안에 떨고 있는 우리의 경쟁력을 높여줄 것이라는 믿음을 준다. 나를 따르라. 경쟁력이 너희와 함께할 것이니.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경쟁을 통해 직원과 교류하며 자신의 생각을 바꾼다. 최현욱은 "3년 동안 일했는데 실수 한 번으로 해고를 하느냐"고 항변하는 서유경(공효진)을 가차없이 해고했다. 하지만 서유경이 다시 오디션을 통과하자 그를 채용하며 "내 주방에 더 이상 해고는 없다"고 말한다. 강석호도 경쟁보다 학생의 마음을 먼저 보는 한수정(배두나)을 통해 조금씩 생각을 바꾼다. 경쟁은 필요하다. 하지만 경쟁은 때론 경쟁력은 높여도 경쟁을 하는 사람은 불행하게 만든다. 치열하고 공정한 경쟁을 강조하면서도 인간에 대한 배려를 놓치지 않는 리더. 강석호와 최현욱은 그런 바람을 투영시킨 남자들 아닐까. 하긴,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일이겠지만.
대중문화 평론가 lennone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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