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의 등록금 역주행이 논란을 부르고 있다. 경제위기에다 올해 처음 시행한 취업 후 등록금 상환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등록금 인상을 자제해 달라는 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찬 총리의 당부에도 아랑곳없이 등록금을 '나홀로' 전격 인상했기 때문이다.
연세대가 내세운 인상 이유는 우선 '심각한 재정적 어려움'이다. 이태영 연세대 기획실장은 "정부 방침은 알고 있지만, 대학은 대학대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등록금을 인상하지 못하면 교육의 질을 유지하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다"라고 밝혔다.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한데도 2년 연속 등록금을 동결하면 현상 유지조차 어렵다는 얘기다. 연세대 관계자는 "등록금 동결로 교육의 질이 떨어지면 장기적으로 볼 때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연세대가 올해 등록금을 2.5% 올리면서 추가로 들어오는 수입은 50억원 정도다. 연세대는 인상분 중 10억원은 장학금으로 돌리고 나머지는 교육시설 확충 등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연세대는 그러나 나머지 인상분의 구체적인 사용계획이나, 등록금 인상이 필요한 재정상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시민단체들은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 때마다 재정이 어렵다는 핑계를 대지만, 실제 재정운영 상황은 숨기고 있어 명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참여연대가 연세대를 상대로 등록금 인상 근거, 적립금 운영현황, 펀드 투자 내역 등의 정보를 공개하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12월 승소했으나, 연세대는 즉각 항소하며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특히 상당수 사립 대학들이 수천억원의 적립금을 쌓아놓고 있는 상황에서 '돈이 없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도 많다. 대학정보 공시사이트인 '알리미'에 따르면 연세대는 2008년 말 기준으로 누적적립액이 4,459억원으로 이화여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돈을 쌓아두고 있다.
연세대 학생들은 거세하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등록금 인상에 동의한 총학생회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문학과 김모(22)씨는 "다른 학교는 다 동결하는데 왜 우리 학교만 인상하는지 모르겠다"며 "학생들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 총학생회가 동의한 것도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정모(29)씨는 "번지르르한 건물보다 교수채용, 교재마련 등을 위해 등록금을 써야 하는데, 공사투성이 학교를 보고 있으면 등록금이 어디로 쓰이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연세대가 비난을 감수하면서 소폭이나마 등록금을 올린 데는 등록금상한제 등에 대한 반발 차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회가 지난 18일 등록금 인상폭을 직전 3년간 물가상승률의 1.5배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나, 각 대학들은 거세게 반발하며 법안 재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대학 등록금에 대한 여론 압박이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에 더 이상 끌려 다닐 수 없다는 판단에서 '등록금 인상'이란 정면 승부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강지원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