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이 어제 오전과 오후,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인접한 해상으로 해안포 90여 발을 발사했다. 북측의 서해상 포 사격 훈련은 전에도 있었지만 NLL 북방 2.4㎞(1.5마일) 지점까지 포탄이 날아올 정도로 근접한 포 사격은 처음이다. 우리 군도 즉각 경고사격을 가해 한때 일촉즉발의 긴장사태가 빚어졌다. 늘 위태위태한 서해 5도 인근 수역의 군사적 불안을 한층 가중시킨 사태여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연례적 포실탄 사격훈련"이라고 강변했지만 NLL 인접지역에서의 사격훈련은 그 자체로 군사도발이다. 북측은 지난해 대청해전 한 달여 뒤인 12월21일 NLL남측 우리 수역까지 포함된 지역을 '평시 해상사격 구역'으로 선포한 데 이어 사흘 전 백령도와 대청도 인근 2개 해역을 3월 29일까지 항행금지 구역으로 선포했다. 어제 발사한 해안포탄은 그 2개 항행금지구역 내부의 북측 해역에 떨어졌다. 그렇다고 '연례적 훈련'으로 보아 넘길 수 없다. NLL이남까지 해상 사격구역으로 설정한 것부터가 인정할 수 없는 도발이다
북측이 서해 NLL 수역에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은 집요하게 시도해온 NLL 무력화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대청해전 패배로 해상 전력차가 확연히 드러나자 해안포로 우리 함정의 전력에 맞서겠다는 의도일 수도 있다. 평화협정 체결의 필요성을 미국에 압박하기 위해 정전체제의 약한 고리인 NLL문제를 이용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북한은 이렇게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다른 한편으론 개성공단 실무회담과 금강산 및 개성관광 재개 협의 요구 등 두 바퀴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정부의 대응이 쉽지 않지만, NLL 무력화 시도 등에는 단호히 대응하되 긴장 고조로 특정한 목적을 이루려는 의도에 말려들지 않도록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정부가 어제 긴급 안보대책회의를 갖고 북측에 강력한 경고를 보내면서도 개성공단 실무회담이나 옥수수 1만톤 제공 등은 예정대로 진행키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북측의 신호가 혼란스럽지만 그럴수록 대화와 접촉은 늘려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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