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민주당 정권이 총체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매사추세츠 상원 보궐선거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이후 백악관과 민주당 내부에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자중지란이 일어나고 있고, 각종 개혁조치들도 당 안팎의 반대에 막혀 한치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여론은 급전직하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11월 중간선거에서의 민주당의 참패는 불 보듯 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건강보험 개혁안, 당내 이전투구 양상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26일 “지금 우리의 관심은 건보개혁에 있지 않다”며 “서두를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직 올 한해 온전히 남아 있다”며 “일자리와 경제에 매진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다음달 건보개혁안의 상ㆍ하원 통과를 점쳤던 일부 시각에 쐐기를 박고, 민주당 단독의 건보개혁 처리를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언론들은 분석했다.
민주당의 중도파 의원들도 민주당 단독의 건보개혁 추진에 격렬히 반발했다. 블랜치 링컨(아칸소), 에반 바이(인디애나) 두 상원의원은 매사추세츠 선거 패배로 민주당의 ‘슈퍼 60석’이 무너진 이후 민주당 일부에서 상원 과반수(51석)로 건보조정안을 통과시키려는 ‘편법’을 강하게 비난했다. 올해 중간선거에 나서는 두 의원은 지역구 민심이 급속히 이탈하는 것은 일방적인 건보개혁 추진 때문이라며 “초당적 협력이 없는 개혁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내에서는 내용이 대폭 후퇴한 새로운 수정안이 제시되지 않는 한 중간선거 전 건보개혁이 의회를 통과하기 힘들다는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매뉴얼 비서실장 역할론 놓고 이전투구
개혁성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람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진보주의 세력은 오바마의 개혁이 지지부진한 데는 이메뉴얼의 어정쩡한 태도에 큰 원인이 있다며 “그를 경질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진보성향의 언론에서는 이매뉴얼을 “오바마의 ‘딕 체니’”라고 부르며 그의 진보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 때문에 진보진영과 코드가 맞는 발레리 재럿이나 데이비드 액설로드 두 백악관 수석보좌관으로 비서실장을 교체하는 등의 비서실 개편설이 흘러나온다. 본인은 부인하지만, 이매뉴얼이 고향인 시카고에서 중간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은 비서실 개편설에 무게를 더하는 요인이다.
오바마의 재정적자 감축 노력, 양당 반대에 발목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이 제안한 초당적 특별위원회 구성안이 이날 정족수 부족으로 부결됐다.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오바마 대통령의 초당적 제안마저 거부당한 것이다. 민주당은 특위 구성이 사회보장 지출의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이유로, 공화당은 세금인상의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각각 반대했다.
의회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새로운 정부 지출 법안이 추진되고 있고, 이라크ㆍ아프가니스탄 전비 증액도 의회에 제출될 예정이어서 재정적자 감축은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여론지지 급전직하
이날 NBC 방송과 월스트리트 공동 여론조사 결과 오바마 행정부가 ‘그럭저럭 굴러간다’는 대답은 28%에 그친 반면, 70%는 “행정부가 침체돼 있으며 건강하지 못하다”며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대선 법정공방으로 행정부에 대한 불신이 극도로 나빴던 2000년 12월 당시에도 정부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과반수를 넘지 않았다. 또 대다수인 93%가 정치가 당파적 싸움으로 변질됐다고 대답했고,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는 응답도 절반 이상인 58%였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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