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홍기삼(70ㆍ사진) 전 동국대 총장이 미당 서정주(1915~2000) 시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27일 창립된 미당기념사업회 초대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예장동 문학의집ㆍ서울에서 열린 미당기념사업회 창립대회 겸 총회에서 홍 전 총장은 참석자 70여명의 추대를 받아 이사장으로 뽑혔다. 감사에는 시인 이혜선, 김기택씨가 선임됐다.
홍 이사장은 취임사에서 "대학 다닐 땐 미당에게 가르침을 받았고, 교수가 됐을 땐 선생님의 공덕동, 남현동 자택을 연일 드나들었다"며 "선생님이 비록 개인적 욕망과 공적 권력 사이의 거리 조절에 서툴긴 했지만, 그런 지엽말단을 갖고 그분의 온화한 성품과 문학적 업적을 훼손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창립대회에는 시인 김남조 이근배 유안진 문정희 김기택씨, 소설가 윤후명씨 등이 참석했다. 김남조 시인은 축사에서 "미당의 대표 시를 추려 간행하는 작업을 맡아 작고 2주일 전에 병원에서 선생님을 뵌 기억이 난다"며 "시인인 나조차 부끄럽게 만들 정도로 미당은 한국 현대시 100년사에 가장 탁월한 시인이자 한국적 서정의 완성자"라고 말했다.
미당기념사업회는 3월부터 동국대에서 미당의 시를 낭송하는 월례 행사를 갖고, 서울 관악구 남현동의 미당 자택을 복원해 9월 중순 '미당 서정주의 집'으로 개관할 예정이다.
윤재웅 동국대 교수는 "미당은 잎사귀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송이째 지는 동백꽃의 낙화를 안타까워하며 꽃의 넋을 기리는 제사를 지낸 분이었다"며 "4월부터 미당의 고향인 전북 고창군 선운사에서 '동백꽃 제사' 행사를 매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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