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사카(大阪)시 동쪽에 있는 인구 12만5,000명의 소도시 다이토우(大東) 공단 지역에 위치한 금속가공업체 야마다(山田)제작소. 자본금 1,000만엔(약 1억3,000만원), 직원수 17명, 2대에 걸쳐 50년 역사를 지닌 작은 기업으로, 주로 산업용 건조기에 붙이는 대형 철제 문짝 부품을 제조한다. 외형만 보면 야마다제작소는 다이토우시가 '일본 중소기업의 메카'로 불리는 히가시오사카(東大阪)시와 벨트를 이룬 공단 지역에 밀집해 있는 7,000여개 중소 제조업체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 평범한 기업이다.
하지만 일본에는 이런 중소기업이 전체 기업의 99.7%를 차지하며 제조업을 떠받치고 있다. 야마다제작소는 체구는 작지만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다. 일본 '모노즈쿠리(제조)'기업의 미래를 보여주는 강점을 갖고 있다. 일본 중소기업들 대부분이 대기업 하청 주문을 받은 부품 생산을 하고 있지만, 야마다제작소는 다르다.
지난해 일본 중소기업청의 '300대 건강한 모노즈쿠리 중소기업'에도 선정됐다. 부친으로부터 2001년 경영을 물려받은 야마다 시게루(山田茂) 사장은 "우리 회사는 자체 브랜드로 오토바이 주차대를 제조하는 등 직접 기계를 개발ㆍ설계 및 제조하는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회사 매출에서 하청 부품 제조와 직접 개발한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7대3정도이다.
야마다제작소의 힘은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만들어가는 사내교육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회사에는 매달 3,4번째 수요일 점심, 특별학교인 '요시오카(吉岡) 교실'이 열린다. 42년째 근속 중인 베테랑 요시오카 생산과장의 이름을 딴 스터디그룹이다. 요시오카 교장이 선후배 동료들에게 용접부터 철판을 자르거나 구부리는 등의 기초기술부터 기계조작법 등을 교육하는데, 직원들이 스스로 커리큘럼을 짜고 서로 가르치고 배우면서 기술을 업그레이드해나가는 것이 이 교실의 특징이다. 야마다 사장의 동생인 야마다 마사유키(山田雅之) 전무도 한 달에 한번씩 설계도면을 보는 방법이나 기초 기하학 등을 수업한다.
직원들도 스스로 만들어가는 교육인 만큼 호응이 높다. 입사 4년째의 사원 시미즈 이토후(淸水一刀)씨는 "직업기술전문학교에서 기본적인 금속가공기술을 배우기는 했지만, 현장에서는 바로 적용할 수가 없었다"며 "작은 회사지만, 직장내 현장실습(OJT)과 요시오카교실처럼 선배가 후배에게 경험을 통해 쌓아 올린 노하우를 전수하는 '교육'이 충실한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야마다제작소에서는 사장과 전무는 스스로를 '생산인력'이라고 생각하고, 종업원은 '회사의 주인'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에서도 젊은이들은 '3D'(힘들고, 위험하고, 더럽다)와 같은 의미의 일본어 영문표기 머릿글자를 딴 '3K'라고 부르며 제조현장을 기피하는 분위기. 하지만 야마다제작소는 생산인력 12명 중 10대~20대 젊은이가 5명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지난해 매출이 3분의1정도 격감하는 가운데서도 회사는 10대 신참직원 2명을 채용했다. 야마다 사장은 "생산현장에서 좋은 기술과 제품이 나올 수 있는 건, 회사는 직원의 평생을 책임지는 종신고용 문화를 지키고 직원은 주인의식을 갖고 회사를 키워가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 용어설명
모노즈쿠리(物作り) : 일본의 제조업을 일컫는다.
직역하면 '물건만들기'라는 의미이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일본 언론 및 기업들이 일본 제조업의 경쟁력을 부각시키기 위한 용어로 사용해 왔다. 제조ㆍ생산 과정에서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는 일본 특유의 장인 정신을 강조한다.
오사카=글ㆍ사진 문향란 기자 iami@hk.co.kr
■ 히가시오사카 직업전문학교
일본에서 중소기업의 밀도가 가장 높은 히가시오사카(東大阪)시. 이 지역에 포진한 기업 대부분은 '힘들고, 위험하고, 더럽다'는 이유로 젊은이들이 취업을 꺼려하는 금속 가공 및 부품을 제조하는 중소 모노즈쿠리 기업들이다.
오사카(大阪)부가 운영하는 히가시오사카(東大阪)고등직업기술전문학교는 이 지역 모노즈쿠리 기업들에 인력을 수혈하고 있다. 지역 기업이 필요로 하는 모노즈쿠리 인력을 지방자치단체가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일본에서는 이 같은 직업훈련학교 이외에도 모노즈쿠리 인력을 배출하는 기관으로 공업계 고교, 그리고 고교졸업자가 진학하는 모노즈쿠리 대학 등이 있다.
히가시오사카고등직업기술전문학교는 지자체가 운영하는 특성 때문에 교육 커리큘럼도 지역 기업들에 맞춤형으로 짜여져 있다. 2년 전문과정으로는 금속을 절단하고 구부리는 등의 판금 기술을 익히는 금속가공과와 선반(旋盤) 공작기기를 사용해 금속부품을 제조하는 기술을 배우는 기계과를 두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히가시오사카 지역 중소기업들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기술이 금속가공이기 때문"이라며 "졸업생 대부분은 이 지역 기계 공장 등에 취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업고등학교에서는 일본어 영어 수학 등도 해야 하지만, 이 학교는 전적으로 기술 교육만 하기 때문에 기술 교육 수준은 훨씬 높다는 설명이다. 졸업생들은 2급ㆍ3급 기능검정자격을 획득하고 있다.
이 학교는 히가시오사카 내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기술인력의 재교육도 담당하고 있다. 이 지역 기업들의 요청을 받아 주말에는 재교육을 위한 단기 기술교육프로그램을 운영, 중소기업들의 사내 교육 부담을 나누고 있다.
오사카=문향란기자
■ "직원 공동연수" 중소기업들 대기업 못지 않게 인재 육성
일본 오사카(大阪)부(오사카시를 포함한 광역지자체)내 모노즈쿠리 중소기업 경영진이 인재양성을 위해 뭉쳤다. 오사카의 중소기업들은 올해부터 신입 직원들에 대해 6개월간 공동으로 기술 연수 프로그램을 실시할 계획이다. 작은 기업 단독으로는 하기 어려운 인재 양성을 위해 서로 힘을 합친 것이다. 모노즈쿠리가 물건을 만드는 것이라면, 히토즈쿠리는 사람을 양성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정부도 교육비를 지원한다.
공동교육프로그램에는 회사 생활에 필요한 기초 지식부터 공장 작업에 필요한 전문기술 교육까지, 커리큘럼에 포함된다. 단, 회사마다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이 다르기 때문에 기술 교육은 베테랑 기술 인력이 매주 1회씩 회사를 돌며 직장내현장실습(OJT)으로 진행하는 방식이다.
OJT 기술교육의 비중이 2배 정도 많다. 교육시간은 공식적으로 524시간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야마다 시게루(山田茂) 야마다제작소 사장은 이 프로그램을 소개하며 "작은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기술자 양성 기관을 운영할 수가 없기 때문에, 기술자 교육은 전적으로 OJT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며 "중소기업들이 공동으로 직원 연수를 실시하면, 대기업과 비슷한 수준의 커리큘럼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사카 지역 중소기업들은 새로운 제조기술을 확보하고 교육하는 데 오사카부가 운영하는 모노즈쿠리기업 지원 포탈 '크리에이션코아 히가시오사카'도 활용하고 있다. 파나소닉 등 대기업에서 은퇴한 고급 기술인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 크리에이션코아의 매력. 중소기업들은 제품 개발 등에 필요할 때 크리에이션코아가 확보한 베테랑 기술자들로부터 신기술 정보를 제공받고 기술 교육도 받을 수 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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