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다. 따뜻한 방바닥에서 이불 뒤집어쓰고 누워 TV 리모컨만 누르고 싶다.
여기서 잠깐. '따뜻한 방바닥', 이른바 온돌은 한국의 독특한 난방 방식이다. 아파트에선 방바닥 아래에 관을 묻어 따뜻한 물을 흘린다. 온수에서 나오는 열 덕분에 바닥이 따뜻해지면서 이 열이 벽과 천장에 전달돼 결국 방안 공기까지 데워진다.
이런 한국식 난방은 열을 얼마다 썼는지(사용한 열량)를 계산하기가 까다롭고 실내온도 조절도 쉽지 않다. 최근 과학자들이 이 단점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내놓았다.
유량과 열량의 차이
요즘 아파트에 설치된 많은 난방계량기는 열량이 아니라 유량을 계산한다. 기계실에서 펌프로 가압해 보낸 따뜻한 물이 세대별 배관으로 들어오면 물레방아처럼 생긴 기계가 돌아간다. 일정 횟수만큼 돌면 계량기 수치가 올라간다. 온수가 많이 흐를수록 난방비를 많이 내는 것이다.
문제는 유속이다. 아파트 층수 같은 여러 조건 때문에 유속이 빨라지면 온수에서 열이 빠져 나오기도 전에 배관 안에선 물이 휙휙 지나가버린다. 이런 경우 난방은 제대로 안 되면서 돈만 많이 내게 된다. 온수에 들어 있는 이물질이 회전 기계에 끼어 들어가 고장도 잦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하 건기연)은 이런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난방계량기 내부에 회전하는 기계 대신 전자석과 전극을, 배관 입ㆍ출구에 온도계를 달았다.
물은 전기가 통하기 때문에 온수가 흐르면 자기장의 영향을 받아 전자기 신호가 발생한다. 이 신호를 유량 값으로 환산한 다음 입ㆍ출구의 온도 차와 물의 비열을 곱하면 열량이 나온다.
건기연은 이 기술을 지난해 11월 난방설비전문회사 신한콘트롤밸브에 이전했다. 현재 생산장비가 구축되고 있어 올 상반기에는 제품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건기연은 예상하고 있다.
경기 분당과 서울 일부 지역 아파트 1,000여 세대를 대상으로 기존 회전식 유량센서를 전자기식으로 교체하는 시범사업도 올해 시행될 예정이다.
바닥 난방용 온도조절 기술 등장
최근 지어진 아파트는 방 입구나 전등 스위치 근처에 실내온도조절기가 달려 있는 곳이 많다. 집 내부를 순환하는 난방용 온수의 유량을 주민이 직접 통제해 적절한 실내온도를 유지할 수 있게 만든 시스템이다. 실내온도가 높아지면 온수가 들어오는 배관의 밸브를 닫았다가 온도가 떨어지면 다시 여는 방식이 보편적이다.
이는 유럽과 비슷하다. 방바닥을 가열해 공기를 간접적으로 데우는 한국식 난방과 달리 유럽식은 전열기를 통해 실내 공기를 빨아들여 직접 데운 다음 다시 내뿜는다. 이런 난방 방식에선 공기의 온도를 측정해 밸브를 여닫아 실내온도를 조절한다.
이태원 건기연 책임연구원은 "과거 우리 기술이 부족했을 때 유럽의 이 같은 기술을 도입한 것"이라며 "한국식 난방은 실내 공기를 가열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개폐식 온도조절이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개폐식 온도조절은 열량 손실이 많고, 온수를 공급하는 펌프를 구동하는데도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다.
이 연구원은 기존 개폐식과 다른 비례식 기술을 함께 사용한 복합식 실내온도조절기를 개발했다. 비례식은 밸브를 완전히 여닫는 게 아니라 실내온도 변화에 따라 단계적으로 조금씩 여닫는다.
이 연구원은 난방 사용량이 많을 땐 비례식, 적을 땐 개폐식으로 온수 양을 조절하도록 만들었다. 난방 사용량은 전자기식 유량센서에서 얻는다.
이 복합식 실내온도조절기를 이용하면 난방용 온수 공급에 필요한 에너지를 40%, 배관의 열 손실을 8% 이상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럽서도 한국식 난방 선호
한국식 난방은 실내에 공기의 흐름이 생기지 않아 쾌적하다. 바닥의 열이 공기를 간접적으로 데우기 때문이다. 공기를 직접 빨아들이고 내뿜는 유럽식 난방에선 실내에 계속 기류가 생겨 정전기가 많이 발생한다. 이에 최근 유럽과 일본 중국에서 한국식 난방 방식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생기는 추세다.
이 연구원은 "덴마크의 다국적기업 댄포스도 간접난방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며 "열량 측정과 온도 조절이 까다로운 한국식 난방의 단점을 해결한 우리 기술은 향후 수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소형 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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