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이천시 백사면의 바이오가스 열병합발전시설.
대우건설 기술연구원이 지은 이 바이오가스플랜트는 다소 특이하고, 좀 지저분한 원료로 전기와 열을 생산하고 있다. 인근 축사에서 끌어다 모은 돼지 분뇨, 쉽게 말해 그냥 돼지똥이다.
이 곳에선 돼지 2,500마리가 배출하는 20톤의 축산분뇨를 이용해 일 평균 480㎾h의 전기와 860M㎈의 열을 생산 중이다. 약 230가구가 하루 동안 쓸 수 있는 전력이다.
'분뇨의 재발견'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전기를 만들고 난 축산분뇨는 마지막 부산물까지도 허투루 버려지지 않는다. 고체 성분은 톱밥과 섞어 퇴비로, 액체 성분은 유기농 액체 비료로 재활용된다. 폐열은 하루 20톤의 물을 60도까지 끓여 온수까지 공급한다.
이만하면 똥이 그냥 똥이 아니다. 하천과 바다로 투기되고, 축산 농가 주변에 버려졌다면 환경 오염의 주범이 되었을 축산분뇨가 그린에너지 자원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똥을 그냥 똥으로 보지 않은 기술연구자들의 관심이 세상 가장 하찮고 더럽게 여겨지는 동물 분뇨로 소중한 열과 전기를 만든 것이다.
분뇨의 마술사들
축산분뇨를 그린에너지로 바꾼 '마술사'들은 대형 건설업체 연구원들. 석ㆍ박사급의 인재들이 매일같이 분뇨 냄새를 뒤집어쓰고, 때론 손으로 직접 만져보며 연구해낸 결과물이다.
축산분뇨의 에너지화가 가장 활발히 이뤄지는 곳은 대우건설이다. 6명으로 구성된 대우건설 기술연구원 바이오가스팀은 1990년대 초반부터 동물의 분뇨와 폐수를 이용한 신재생에너지 연구를 시작했다.
최근엔 'DBS공법'을 자체 개발해 국내 적용은 물론 신재생 에너지의 기술원천국인 유럽 국가들에도 기술 수출을 하고 있다.
대우건설 박현수 선임연구원은 "아직은 기술 초기단계지만 앞으로 건설사의 새로운 수익창출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호건설도 경기 안성에 축산 분뇨와 음식물 쓰레기를 병합 처리하는 바이오가스 생산시설을 갖췄다. 이곳에선 하루 5톤의 축산 분뇨와 음식물 쓰레기를 활용해 일 450㎾h 전력량(가정용 에어컨 10대를 24시간 가동할 수 있는 전력)과 500M㎈의 열을 생산하고 있다.
현대건설도 2005년부터 물환경ㆍ바이오가스팀을 구성, 음식물쓰레기와 축산분뇨를 그린에너지로 만드는 연구를 진행중이다. 물류회사인 한진해운도 전북 부안에 분뇨재처리 시설을 짓고, 하루에 돼지분뇨 50톤으로 매일 110여 가구에 난방열을 공급할 수 있는 열을 생산하고 있다.
150조원 시장
현재 바이오가스 에너지의 세계 시장 규모는 약 150조원. 이중 원천 기술이 많은 유럽 시장은 50조원 규모로 파악되고 있다.
국내시장도 약 5,000억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으며 매년 20% 이상씩 성장하고 있다. 국내 도입된 대부분의 바이오가스 에너지 기술은 유럽 국가로부터 수입된 기술이지만 그린에너지를 생산하려는 국내 업체들의 노력이 잇따르면서 기술 자립은 물론 해외 수출의 개가도 올리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대한민국 10대 신기술로 선정된 DBS공법을 이탈리아 등 유럽국가로 수출중이다. 대우건설 유희찬 수석연구원은 "독일기업들이 선점하고 있는 50조원 규모의 유럽 바이오가스 에너지 시장에서 국내 기술공법이 1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며 "유럽 뿐 아니라 동남아와 중국 등으로의 기술 수출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말했다.
지자체 지원도 활발
분뇨를 에너지화하려는 지방자치단체들의 지원도 잇따르고 있다.
경기 고양시는 680억원의 예산을 들여 덕양구 삼송지구 1만8,422㎡의 부지에 축산분뇨와 음식물 쓰레기를 전량 처리할 수 있는 에너지시설을 2012년까지 지을 계획이다. 하루 2만6,000㎥의 바이오가스를 생산, 인근 화훼단지에 필요한 열과 전력을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경북 경주시도 130억원을 투입한 가축분뇨 공공처리시설을 최근 준공하고 현재 시범 운영 중이며, 울산시도 가축분뇨 처리시설 사업 등에 14억원을 지원키로 하고 축산분뇨 자원화에 앞장서고 있다. 경남 사천시도 올해 10억여원을 투입, 축산분뇨 바이오가스 발전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현대건설 기술연구원 이교성 차장은 "축산분뇨를 활용한 바이오가스 사업이 환경친화적인 미래기술임엔 분명하지만 수거비와 가스발생량 등을 따져보면 아직 경제성이 낮아 민간기업이 활발한 투자를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현재 시설비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민간이 적극적인 기술개발에 나설 수 있는 정부의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사진=김주영기자 wi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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