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사망자가 35만명?'
25일 저녁 6시 30분께 국내 한 통신사가 아이티 사망자 35만명설(說)을 처음 전했다. 이 보도는 인터넷 매체들을 통해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그러나 이 같은 사망자 규모는 의당 의문을 가져 볼 만한 것이었다. 아이티 정부가 지진 사망자를 15만명 정도로 추정한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갑자기 두 배 이상으로 늘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외신들을 훑었다. 어디에도 35만명이라는 숫자는 없었다.
다만 AFP통신 기사의 원문에 마리 로랑스 조슬랭 라세그 아이티 문화통신장관이 "월요일까지 정부가 집계한 사망자는 15만명"이라며 "얼마나 더 많은 사망자가 있는지 모르지만 총리는 20만명으로 얘기했다"고 말한 것으로 돼 있었다. 추정컨대 35만이라는 숫자는 이 장관이 말한 15만명에 '더 많은(more people)'표현을 근거로 뒤에 언급된 20만명을 단순 합산한 결과인 것 같았다. 결과적으로 오역인 셈이다.
그러나 이후에도 대부분의 국내 방송에서 35만명설 보도는 이어졌고 주요 일간지들의 홈페이지와 다음 날 아침 신문에서까지도 같은 숫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최소한의 확인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많은 언론에 오보가 되풀이된 것이다.
물론 아이티 지진 참사의 희생자수 보도는 당초 수천명에서 시작됐고 아이티 정부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실정을 감안하면 15만명 이상도 아직 확실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또 외신에 주로 의존하는 국제뉴스는 그 보도 내용을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을 때도 많다. 외신을 다룰 때 매체 신뢰도를 따지고 반드시 출처를 밝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다르다. 적절한 주의를 기울여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원문을 찾아봤다면 줄줄이 이어진 오보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국제부 채지은 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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