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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자율화, 대학 선진화 2년을 말한다] <2> 이기수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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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자율화, 대학 선진화 2년을 말한다] <2> 이기수 고려대 총장

입력
2010.01.26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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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이기수 고려대 총장을 만나 본 사람들은 깜짝 놀란다.

100kg에 육박하던 육중한 몸무게는 찾아볼 수 없다. 이 총장은 "20kg 가까이를 뺐다"고 말했다. "과체중이어서 활동하기가 불편했다"며 짤막하게 체중 감량 이유를 설명했지만,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긴 어려웠다.

고려대의 한 보직교수는 "'대통령을 배출한 대학'의 총장 역할이 그만큼 힘들다는 의미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보직교수는 "2009학년도 수시모집 때 외국어고 출신 우대 논란으로 마음 고생이 심했다"고 전했다.

불과 1년 사이에 날렵한 이미지로 변신한 이 총장은 "그만두는 날까지 총장으로서의 권한을 막강하게 행사하고 가겠다"는 말로 특유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레임덕이란 있을 수 없다"고도 했다. 그는 "앞으로 점수 위주의 경쟁을 하는 대입 전형은 막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인터뷰=김진각 정책사회부장대우ㆍ교육전문기자

-올해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 전형은 잘 마무리 됐나요.

"사실 공정성 확보 같은 게 문제가 되었는데 어느 곳에서도 이의제기가 없어요. 학부모 등의 이의제기가 없는 걸로 봐서는 입학사정관제가 일단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해요. 입학사정관제가 출발이 산뜻했다는 의미이지요."

-문제가 없다는 뜻인가요.

"적어도 지금 상황에선 그렇다는 얘기지요. 입학사정관들과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눴어요. 다른 대학 총장들과 정부와도 입학사정관 정착을 위해 여러 논의들을 하고 있습니다. 평가지표를 좀 더 다양화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아요.

현행 입학사정관제가 너무 획일화돼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정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평가지표와 이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구체적으로 만들 계획입니다.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필요한 평가기준들을 구체화해 각 대학에 공지하면 대학 입장에선 이를 바탕으로 특성을 살린 학생 선발이 가능할 겁니다."

-입학사정관 전형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아직 많은 부분에서 보완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우선 신뢰성 공정성 있는 입시가 되려면 입학사정관들의 전문성을 더욱 높여야 해요.

또 입학사정관 전형의 실행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봐요.

예를 들어 서류평가→ 면접→ 현장확인 →종합적인 평가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들이 빈틈없이 이뤄지도록 해야 해요.

이 과정에서 객관성과 신뢰성, 타당성,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그리고 자기추천서 교사추천서 등 입학사정관제가 요구하는 기본서류 등이 통일돼야 합니다."

<이 총장은 '공정한 입학사정관제'를 유독 강조했다. 최근 대교협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그는 고려대도 자체적으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구체적인 평가지표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2011학년도 입시에서도 입학사정관제은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겠네요.

"내년 고려대 전형의 방향은 크게 3가지 입니다. 입시부담의 경감, 입시의 단순화, 선진화로 요약할 수 있지요. 학생들의 입시부담을 줄이고 공교육을 정상화시키는 쪽으로 지속적으로 전형을 개선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입학사정관제는 기본적으로 학교 교육과의 연계가 이뤄져야만 효과가 있습니다. 그렇게 해야만 대입 전형의 선진화가 구축될 수 있어요."

-점수 위주의 선발은 하지 않겠다는 말인가요.

"입학사정관 전형은 그렇다는 말이지요. 점수 위주의 경쟁 체제 구도가 확 바뀔 겁니다. 발전가능성과 잠재력과 같은 다양한 요소들이 반영되는 입학사정관 전형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학생을 뽑는 게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수시는 모집인원을 59.3%까지 늘렸어요. 입학사정관제가 적용되는 전형과 모집인원을 확대한 것도 수시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지요. 특히 입학사정관제 전형은 지원자 지역을 직접 방문해 면접을 치를 생각이에요."

-수시에서 입학사정관제 선발 비율을 얼마나 늘렸나요.

"내년 수시에서 입학사정관제가 적용돼 선발하는 인원은 무려 95.76% 입니다. 올해 41.26%였는데, 2배 이상 늘어난 것이지요. 체육특기자 전형과 국제학부 전형을 뺀 수시의 거의 모든 전형에 입학사정관제가 적용되는 겁니다."

-입학사정관이 전형 전 과정에 참여하는 비율이 그렇다는 얘긴가요.

"그렇지 않아요. 서류평가에만 입학사정관들이 참여하는 비율을 확대한 겁니다. 입학사정관이 서류평가와 면접 등 전 과정에 참여하는 비율은 30.55%(2,320명) 입니다."

-정시모집은 어떻게 되나요.

"정시는 전형요소를 간단하게 해 학생들의 입시부담을 줄일 겁니다. 대학수학능력을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하되, 고교 내신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도 기회를 주는 방식을 취할 계획이에요. 정시의 수능 우선선발 비율은 70%로 정했어요."

-대학의 체질을 바꾸는 작업이 여기저기서 진행중입니다. 실용학문 위주의 개편이 대세로 여겨지는데요.

"우리 사회와 나아가 세계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려면 대학의 학문편제를 좀 더 미래 지향적이고 실용적인 방향으로 개편할 필요성은 있다는 판단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학문영역을 개편한다는 것은 한국 대학의 실정상 수많은 논의와 검토, 공감대 형성이 요구되는 매우 어려운 과정이 수반되는 작업입니다. 고려대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학문 영역 개편을 추진하고 있어요.

우선 각 학과나 전공의 이해관계가 상대적으로 적은 분야인 교양과정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있어요. 언론학부를 미디어학부로 확대 개편했으며, 올해에는 조형학부를 디자인학부로 바꿀 예정입니다."

-약대를 신설하려는 것은 어떤 의미로 봐야 하나요.

"약학은 생명과학과 의학을 연결하는 일종의 고리 역할을 하는 분야이자 미래 신성장 동력산업의 핵심 이지요. 약대 신설은 고려대 뿐 아니라 대한민국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는 계기가 될 걸로 보고 있어요.

고려대 약대는 약사를 배출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바이오메디컬 분야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겁니다. 세종캠퍼스에 약대를 만들어 바이오메디컬, 녹색산업 분야를 연계해 중점 육성할 생각이에요."

<이 총장은 라이벌 연세대가 인천 송도 국제캠퍼스에 약대 신설을 추진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연세대가 유치에 성공하고 고려대는 탈락하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돌아온 대답이 묘연했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되겠지요"라고 말했으나, "그런 일은 없을 것" 이라는 말로 들렸다.>

-사립대에서는 경쟁력 확보를 명분으로 정부에 국립대처럼 일정 규모의 지원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

"2009년에 고려대가 정부로부터 받은 순수 국고 보조금은 62억원 정도에 불과해요. 국립대이긴 해도 서울대는 3,000억원이 훨씬 넘는 국고 보조금을 받았어요. 불합리하다는 생각입니다. 현재 대학 교육의 85%를 사립대가 맡고 있어요.

사립대든 국립대든 대학이 존재하는 이유는 국가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의 양성이라고 봐요. 그런대 사립대와 국립대에 대한 정부 지원금이 지금처럼 이렇게 차이가 난다는 것은 정부가 고등교육을 포기내지는 방치하겠다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에요. "

-사립대는 등록금이 국립대보다 훨씬 비싸 재정에 도움을 받지 않나요.

"사립대와 국립대의 등록금이 차이가 나 대학 재정의 일부는 메꿔질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반드시 그렇지 만은 않아요. 현재의 사립대 등록금 수준은 세계적인 교육과 연구를 수행하기에는 턱없이 낮은 수준입니다.

물론 학생수 감소 등으로 인해 점점 부실의 정도가 심해지는 사립대에 대해 강력한 구조개혁이 당연히 전제돼야 겠지만 좀 더 많은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것은 절실한 상황이에요."

-정부의 대학 재정 지원 규모는 어느 정도 돼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교직원 임금의 절반 정도는 줘야 할 걸로 보고 있어요. 고려대의 경우 교직원 임금으로 매년 2,000억원 정도가 나가고 있는데, 정부가 절반 정도인 1,000억원을 지원하면 재정 운용에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겁니다."

-사립대가 적지 않은 금액의 정부 재정 지원을 고정적으로 받는다는 것은 사학 자율권과 상충되는 부분이 아닌가요.

"서울대가 법인화를 추진하고 있어요. 법인화는 곧 자율권을 준다는 의미 아닙니까. 국립대는 법인화를 통해 지원과 자율권을 함께 주면서 사립대는 규제만 있고 지원은 사실상 쥐꼬리 수준이에요. 국립대 지원의 반 정도는 돼야 되는 것 아닌가요.

일본에서는 이미 사학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을 시행하고 있어요. 국립대와 사립대 간의 형평성 차원에서 소송을 해서라도 사학 재정지원을 받아낼 필요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국회에 이미 관련 법안이 올라가 있어 소송은 불필요한 상황이지요."(이 총장은 관련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자신했다.)

-세종시에 연구캠퍼스를 조성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는 자연계 분야를 육성하는 데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했어요. 특히 향후 중점 육성 분야로 정한 의ㆍ생명과학 및 약학 등 바이오 사이언스를 조기에 세계적인 수준으로 육성하는 데 가장 좋은 연구환경을 제공할 것으로 믿고 있어요."

-활용 방안은 있는지요.

"크게 3가지로 나눌수 있어요. 바이오 사이언스 분야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첨단 연구기지로 구축하는 게 첫 번째 입니다. 또 융복합체제의 연구소 중심 대학원 캠퍼스로 육성하고, 중이온 가속기 및 세종시와 인근 연구단지가 제공할 기초원천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과학기술의 중심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이 총장은 세종시 연구캠퍼스 조성 비용을 6,000억원 정도로 예상했다. 대학 측이 전체의 절반 정도의 충당해야 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재단과 협력하면 관련 기금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리=박철현기자 karam@hk.co.kr

사진=김주영기자 wi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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