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WEF) 대 세계사회포럼(WSF). 경제와 사회 현실에 대한 상반된 가치관을 토대로 동시에 열리는 두 포럼의 성쇠가 세계 조류의 변화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25일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레에서 개막된 제10회 세계사회포럼은 기업들이 주도하는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의 대안을 자처하는 포럼. 개막 행진에는 주최측의 예상보다 1만명이 더 많은 2만5,000명이 참여했다. 29일까지 진행되는 이 포럼엔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을 비롯, 이매뉴얼 월러스틴 예일대 교수, 이집트의 대표적인 사회학자 사미르 아민 등 세계적 좌파 지식인들이 참석한다. 포럼 참석자들은 "세계 각국에서 정부가 더 큰 역할을 찾아가고 있기 때문에 올해 포럼은 더욱 중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스위스에서 27~31일 열리는 다보스포럼은 상당히 힘이 빠진 상태다. AP통신은 "정치, 경제 리더들의 참여가 예년보다 줄어들 예정이다"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강력한 은행 규제안을 발표하면서 참석자들의 마음은 더욱 무거워졌다"고 전했다.
세계사회포럼에 참여한 브라질 인권운동가 세르지오 베르나르도는 "그들이 자본주의 시스템을 카오스(혼돈) 상태로 만들었다"며 "우리는 착취 없이 가난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세계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세계사회포럼 창립 멤버인 성직자 출신 운동가 프란시스코 휘태커는 "우리가 한번에 완전히 세계를 바꿀 수는 없겠지만, 점차 변화가 아래서부터 위로 퍼져 임계 상황을 목전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좌파 진영이 제대로 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체 반성도 있다. 인도 출신 난디타 샤는 "좌파 내에서도 현재 위기가 찾아왔다"며 "이번 포럼이 '비전 없는 터널'에서 좌파를 끌어내 주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한편 세계사회포럼 참가자들이 지진 피해를 입은 아이티에 치안 유지와 재건을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미군 파병 등 외국 군대가 주둔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브라질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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