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경제의 실질성장률이 0.2%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이후 11년 만에 최저치이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와 세계적 경제침체 와중에 플러스 성장을 달성함으로써, 기대 이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다. 한국은행은 이번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에 준 충격의 강도는 외환위기 때의 3분의1 수준 정도였다고 분석했다.
한은이 26일 발표한 '2009년 4분기 실질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0.2% 증가했다. 이는 환란 당시였던 1998년(-5.7%) 이후 11년 만에 최저치다.작년 민간소비는 0.2% 증가했으나, 설비투자는 8.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도 전분기 대비 0.2%(전년동기대비 6%)에 그쳤다. 분기별 성장률은 작년 1분기 0.1%→2분기 2.6%→3분기 3.2% 등으로 증가세를 보였지만, 4분기에는 둔화됐다. 그러나 이는 2분기와 3분기에 엄청난 속도로 회복한 것을 감안할 때 '자연스런 둔화'라는 게 한은 분석이다.
한은은 세계적 금융위기 여파로 작년 경제성장률이 둔화됐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는 자원수출국인 호주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했다고 설명했다. 개도국 중에서도 플러스 성장을 한 국가는 중국과 인도 외에는 거의 없다.
김명기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1분기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플러스 성장 전환을 주도했지만 2분기부터는 민간 부문에서 성장의 계기를 되찾았다"며 "상반기에는 순수출이, 하반기에는 내수가 각각 성장을 주도했다"고 말했다.
한편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 4.6%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4분기 민간소비가 다소 꺾였지만 3개월째 소비자심리지수(CSI)가 110대를 유지하고 있고 지난해 실질 국내총소득(GDI)도 경제성장률을 훨씬 웃도는 2.1% 증가한 만큼 올해 민간소비 전망은 나쁘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이번 금융위기가 국내 실물경제에 준 충격은 외환위기 때의 3분의 1 수준으로, 4분기 만에 금융위기 직전 수준의 경제 규모를 회복한 것으로 분석했다. 외환위기 당시는 6분기 후에야 원래대로 회복했다.
김 국장은 그러나 "금융위기는 전 세계적으로 나타난 현상인데다 선진국 중심으로 금융 부문 구조조정이 완전히 끝났다고 판단하기 이르기 때문에 우리 지표가 좋아졌다고 해서 금융위기가 끝났다고 단언하기는 성급하다"고 말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