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같은 첨단 테크놀로지 제품을 지닌 남성이 여성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일까.
고고학자들의 대답은 '그럴 것'이다. 1만년 전 선사시대에 당시로서는 최첨단 농사용 '돌도끼'를 지닌 중동 출신 남성들이 유럽으로 진출해 수렵ㆍ 채취 생활에 머물러 있던 현지의 여성들을 홀딱 반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유럽 토착 남성들은 '루저'로 전락해 사라지면서 '부계 종족 교체'가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26일 미 공영방송 NPR 등에 따르면 마크 조블링 영국 레스터대학 연구팀이 현재의 유럽 남성 2,574명을 대상으로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이들의 80%이상이 중동인을 조상으로 하는 Y염색체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농사를 시작한 중동의 이른바 '비옥한 초승달'지역(현재 요르단 이라크 터키 동남부) 사람들이 1만년 전부터 온화해진 유럽으로 이동을 시작, 4,000년 후에는 아일랜드 지역까지 도달했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연구팀은 유럽여성의 혈통도 조사했다. 모계로만 전수되는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를 추적한 결과, 이들의 조상은 1만5,000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물러간 뒤 유럽에 살고 있던 수렵 채취인으로 드러났다.
조블링 교수는 "초승달 지역에 살던 남성 농부들이 그 지역 여성들을 뒤로 한 채, 서유럽으로 이동해 수렵 채취 생활에 머물러 있던 현지 여성들과 가정을 이룬 것"이라며 "당시 유럽 여성들은 이들 농부들을 두 팔을 벌려 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후진적인 수렵 생활을 하던 유럽 남성들이 돌도끼ㆍ 돌칼 등 정교한 도구와 함께, 곡식 재배 및 가축사육 등 첨단 생산 노하우로 무장한 새 이주민과의 여성에 대한'구애' 경쟁에서 패배해 그들의 유전자가 유럽인구 속에서 사라지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 스탠퍼드대학 피터 언더힐 교수는 '테크놀로지를 지닌 남자가 정말 더 섹시해 보이나'라는 질문에 '이번 연구결과를 해석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며 "단순히 외모 뿐 아니라 자식들을 먹여 살리는 능력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그렇게 비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수렵하는 사람들의 자녀보다 농부 자녀들의 생활이 더 풍족해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았다"며 "그들의 유전자가 이후 세대로 확산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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