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의 자율경쟁 촉진을 명분으로 도입된 펀드 판매회사 이동제가 25일부터 시작됐으나, 실제 이용객은 극소수에 머물고 있다. 이동절차가 번거롭고, 판매회사간 수수료 차이가 거의 없는 등 이동에 따른 실익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동제 실시 첫날인 25일 실적을 점검한 결과, 실제로 이동을 신청한 건수는 103건, 13억5,700만원에 불과했다. 이는 전체 이동대상 펀드(설정액 기준)의 0.001%를 간신히 웃도는 수준이다.
실제로 평소 많은 고객들이 오가는 서울 강남의 주요 증권사 및 은행 지점에서는 판매회사 이동제에 따른 변화가 전혀 느껴지지 않고 있다. 본보가 증권사 및 은행 압구정지점 4곳의 현황을 파악한 결과, 25일과 26일 이틀 간 이들 지점에서 판매회사를 바꾼 고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투자자들도 펀드 수익률을 좌우하는 운용회사와는 달리, 중간 매개자인 판매회사는 큰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모(73ㆍ여)씨는 "4년전 가입한 주가연동펀드가 있지만, 판매회사를 바꿀 생각은 없다"말했다. 그는 "펀드가 판매회사에 따라서 수익률이 달라지는 상품도 아니고 수수료도 다 비슷한데, 굳이 회사를 바꿀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3년째 적립식 펀드에 돈을 붓고 있는 정모(72)씨도 "증권사마다 서비스 차이가 거의 없다"며 "오히려 믿을만한 자산관리사를 따라 옮기는 게 투자에는 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고객들의 차분한 분위기와는 달리 일선 지점 창구에서는 올 하반기에는 펀드 이동제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대우증권 김종태 압구정센터장은 "보유 펀드를 옮겨가겠다고 상담하는 투자자는 아직 없다"며 "해외펀드 등과 같이 1차 적용 대상에서 빠진 펀드까지 하반기에 시행에 들어가면 이동 수요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래에셋증권 이형복 압구정지점장도 "하반기 이후 주요 판매회사 간의 특성이 본격적으로 드러날 경우 투자자 사후관리와 수수료 등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곳은 대규모 고객이탈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고객 유치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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