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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퇴치사' 김형수 서초구 건강관리과 주임 "요 미꾸라지들이 모기 씨 말리는 효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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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퇴치사' 김형수 서초구 건강관리과 주임 "요 미꾸라지들이 모기 씨 말리는 효자죠"

입력
2010.01.26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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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잠원동 A아파트 지하2층 정화조실. 철판으로 된 정화조 뚜껑을 열자 모기 수십 마리가 한꺼번에 날아오르고, 정화조 속 오수에는 모기 유충이 둥둥 떠 있다. 남자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미리 준비해온 플라스틱 통에서 바가지로 뭔가를 퍼 정화조에 붓는다. "미꾸라지가 모기를 다 잡아먹을 겁니다."

'모기 퇴치사'로 불리는 김형수(51) 서초구 건강관리과 주임. 전염병 예방이 그의 주 업무 가운데 하나다. 그리고 그의 겨울은 모기와의 전쟁이 가장 뜨거운 계절이다. 전염병 매개체인 모기 박멸은 겨울철이 최적기이기 때문.

그는 여름철 건물 외부에 서식하던 모기가 따뜻한 건물 지하실이나 집수정, 정화조, 하수구 등지로 모여드는 습성을 이용해 집중 방역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 주임은 "실내온도가 높아 겨울철에도 아파트 등에서 모기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고 모기 유충도 정화조, 지하수나 폐수 등이 모이는 집수정에서 자란다"고 말했다.

김 주임은 공직생활을 시작한 1988년부터 방역작업을 맡았다. 처음에는 정화조 등에 살충제를 뿌리며 방역활동을 해 주민들이 피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달라졌다. 대다수 지역에서 그를 반긴다. 도시해충과 전염병 방지 효율성을 높이고자 꾸준히 전문성을 키워온 덕이다.

2000년도에는 반포천 일대 수온 상승으로 인해 모기가 극성을 부리자, 형광등으로 모기가 몰려들면 전류가 흘러 자연스레 퇴치되는 '전격살충기'를 개발하기도 했다. 잠자리 유충이 모기유충을 하루에 200여 마리씩 잡아먹는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이용한 친환경적인 모기퇴치법 '미꾸라지 방류 시스템'을 착안한 것도 김 주임이다. 약품 방역작업의 한계를 친환경적인 방역작업으로 극복한 것이다.

그는 4, 5급수에서도 사는 미꾸라지의 생명력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2007년 모기유충의 천적 미꾸라지를 하천부지부터 아파트 집수정, 정화조 등에 풀어보는 실험을 1년여 간 지속했다.

그 결과, 미꾸라지 한 마리가 하루에 모기 유충을 1,100마리 이상 잡아먹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또 살충제는 방역작업 때 반짝 효과에 그치지만 미꾸라지는 6개월 이상 생명을 유지해 모기퇴치로 제격이었다.

그는 전염병 예방이 환경을 건강하게 만드는 일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모기가 늘어난 것도 결국 환경 파괴 때문이죠. 모기는 해충이지만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자연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방법으로 박멸시켜야 또 다른 해가 없을 겁니다."

박관규 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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