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편집국에서] 교과부의 봄날은 오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편집국에서] 교과부의 봄날은 오나

입력
2010.01.26 23:11
0 0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어렵지도 않은 퀴즈 하나. '400여 개의 국내 4년제 대학과 전문대가 가장 두려워 하는 존재는?'. 정답은 '교육과학기술부'다. 대학 경영자인 총장(전문대 학장도 지난해부터 '총장'명칭을 사용할 수 있게됐다.)은 말할 것도 없고, 학생들을 가르치거나 때로는 보직처장으로 행정 업무에 한시적으로 매달리는 교수 역시 교과부를 껄끄러운 상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안 보면 될 일 아니냐'고 순진하게 물을 수도 있겠으나, 현실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교과부가 대학의 목줄을 쥐고 있는 탓이다.

어느 정도 되길래 그러냐고? 가장 와닿는 표현을 빌리자면, '갑'(甲)과 을(乙)'의 종속 관계다. 지금은 다소 수그러든 측면이 있지만 서슬 퍼렀던 군사정권 시절과 국민의 정부 땐 "교육부가 재채기를 하면 대학은 감기가 걸린다"는 우스갯 소리도 있을 정도였다.

왜 일까. 재정 지원과 각종 규제 때문이다. 사실 우리나라 대학 중에서 교과부의 예산 지원이 100% 끊긴다면 지금과 같은 경쟁력과 생존력을 유지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을 것이다. 연구비니, 교육역량강화사업비니, 입학사정관제 시행비니, 열 손가락이 모자랄 지경의 교과부의 여러 재정지원 사업들은 대학에겐 달콤한 '꿀'인 동시에 쓰디 쓴 '약'일 수밖에 없다.

규제 또한 참여정부를 거치고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입시를 중심으로 많이 완화했어도 대학은 "간섭과 통제가 여전하다"는 입장인 것 같다. 서울 지역의 한 유명 사립대 총장은 "정부가 대학 총장들을 툭하면 오라 가라 하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을 것"이라는 말로 불편함을 내비치기도 한다.

대학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정부' 처럼 인식되고 있는 교과부임에 틀림없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조직의 1ㆍ2ㆍ3인자는 모두 교수 출신이다. 한국외국어대 총장을 지낸 안병만 장관은 재임 1년6개월에 다가가고 있고, KDI(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였던 이주호 1차관과 연세대 교수를 휴직한 김중현 2차관도 교과부 밥을 먹은 지 1년을 넘겼다. 적어도 교과부 안에선 갑과 을이 바뀐 구조가 된 건 분명해 보인다.

교과부를 '접수'한 교수 3인방은 의욕이 넘쳤다. 두 차관이 특히 그랬다. 그런데 직원들은 이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 까. 긍정적인 평가가 많을 까, 아니면 부정적인 쪽에 더 가까울까,'을의 추억'따위는 있기나 한 걸까.

침묵에 익숙한 교과부 공무원들이 속을 드러낼리는 만무한 법. 그렇지만 속내를읽는 것은 그다지 힘들지 않다.

"성과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이른바 행정 실용주의로의 치우침에 대한 비판이다. "흡사 대학원생 대하듯 하는 태도에 '을'의 한계가 느껴지기도 했어요." 공직 사회 부적응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대목이다.

요즘 교과부 공무원들의 심경은 복잡할 것이다. 정부 부처 개각설이 나돌면서 그런 분위기가 한층 강하게 느껴진다. 몽땅 교수들로 채워진 장ㆍ차관 자리의 주인이 친정 출신으로 일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도 일면 있어 보이지만, 통합 부처 다운 위상을 아직도 찾지 못한 채 헤매는 형국을 떠올리면'교과부의 봄날'이 미치도록 그리울 것이다. 정치권에 휘둘리고 여론에 두들겨 맞는 현실과 교수 3인방의 역할론을 심심찮게 연계시킬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불변의 법칙은 여전히 교과부에 자리한다. 교과부와 대학은 영원한 갑과 을이라는 사실.

김진각 정책사회부장대우ㆍ교육전문기자 kimj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