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태양의 아들, 잉카'전의 대표적 유물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매주 수요일자 문화면에 소개합니다. 페루 9개 박물관에서 엄선한 최고 수준의 유물 351점 가운데서도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가장 뛰어난 것들을 골랐습니다. 전시를 기획한 최흥선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의 안내로 잉카 고대문명의 신비를 더욱 생생하게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잉카인들이 사용한 케추아어 중 '말키(Mallqui)' 라는 단어는 '씨앗에서 튼 어린 싹'과 '망자의 건조한 몸'이라는 뜻을 동시에 담고 있다. 잉카를 포함한 안데스 고대문명에서 죽음을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으로 여겼음을 알 수 있게 하는 말이다.
그들은 미라를 살아 있는 사람과 똑같이 여겼다. 그래서 화려한 옷과 생전에 쓰던 물건은 물론, 사후에 사용할 물건까지 함께 묻었고 사원이나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미라들을 모시기도 했다. 2,000년 전 미라를 덮었던 이 망토도 망자가 화려하게 부활하기를 염원하는 그들의 소망을 반영하고 있다.
페루 남부 파라카스(BC 1000~AD 200) 문화에서 발견되는 미라들은 신들의 모습을 수놓은 여러 장의 망토로 싸여 매장된 상태이다. 우선 사람이 죽으면 시신을 깨끗하게 닦은 뒤 앉은 자세로 바구니에 담았다. 그리고 가장 화려한 망토로 시신을 싼 뒤 그 위를 다시 여러 겹의 망토로 감싸 양파와 같은 형태로 만들었다. 신분이 높을수록 더 많은 망토를 둘렀는데 무려 13장의 망토로 감싼 미라도 있다.
'태양의 제국, 잉카'전에 전시된 가로 2.5m, 세로 1.4m 크기의 거대한 망토들은 1927년 파라카스 문화의 공동묘지에서 발견된 것이다. 검은색 바탕의 가운데는 29명의 인물로 장식하고, 가장자리 부분의 붉은색 바탕에는 위 아래 각각 10명의 인물을 배치했다. 화려한 색채감을 자랑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기괴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왼손에는 뱀과 새로 장식된 지팡이를, 오른손에는 원숭이를 들고 있으며, 입에서는 뱀이 나오고 있다. 이는 저승과 이승을 잇는 신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이 직물이 발견된 공동묘지에서는 무려 429구의 미라가 나왔는데, 이중 10구만이 보존 처리를 거쳐 전시할 수 있게 됐다. 나머지 미라들은 페루 국립고고인류역사학박물관 수장고에서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있다.
'태양의 아들, 잉카'전은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3월 28일까지 열립니다. 1588-7862
최흥선ㆍ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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