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6급 공무원인 A씨는 지난 2006년 국가유공자가 됐다. 부서 회식을 마치고 잔무 처리를 위해 사무실로 돌아오다 넘어져 부상을 당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A씨는 동료들과 ‘2차’ 술자리를 갖다가 다쳤다. A씨는 허위 신고자료를 냈음에도 공무상 요양비 497만원은 물론 국가유공자에 주는 자녀교육비 800여만원도 받아 챙겨왔다.
서울 용산구 B국장은 뇌물수수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 받아 지난 2007년 5월 당연 퇴직했다. 그런데 그는 복역 넉 달 만에 국가유공자로 등록됐다. 지난 2000년 배구경기 관람 중 발병한 급성 심근경색이 이유였다. B국장 역시 매달 장해급여 148만1,000원을 수령하고 있다.
감사원은 국가보훈처 등 5개 기관에 등록된 전ㆍ현직공무원 출신 국가유공자 3,074명에 대해 감사를 벌인 결과 993명이 부적절하게 등록됐다고 25일 밝혔다. 이들은 개인적으로 술을 마시고 다친 뒤 허위 경위서를 제출했지만 국가보훈처 등의 부실 심사로 유공자 지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공무관련성과 부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불확실한 경우도 143명에 달했다. 보훈처는 ▦제한속도 30㎞ 도로에서 115.1㎞로 주행하다 부상당한 교육청 소속 공무원 ▦조문 후 술에 취해 세종문화회관 앞 16차선 도로를 무단 횡단하다 차량에 치인 지방 공무원 ▦산불 감시 대기근무 중에 공동묘지일대에서 동료들과 축구 경기를 벌이다 무릎부상을 입은 지방 공무원 등도 국가유공자로 인정했다. 심지어 샤워 후 바지에 걸려 넘어지는 바람에 다친 경우나 슬리퍼를 신은 채 발로 현관문을 밀치다 미끄러져 다친 경우도 공상(公傷) 국가유공자가 됐다.
B국장처럼 직무관련 범죄로 퇴출당한 공무원이 유공자 예우를 받는 경우도 11건이었다. 또 공상 국가유공자로 등록된 소방공무원 213명은 체력검증에서 1,2등급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C소방교는 낙하훈련 중 사고로 팔뼈가 부러져 유공자 인정을 받았지만 9일 뒤 치러진 체력검정에서 팔굽혀펴기 54회로 1급을 받았다.
감사원은 적발된 993명 중 215명의 국가유공자 자격을 취소토록 관계 기관장에 지시했다. 또 보훈처장엔 직무 관련 범죄행위로 공직 퇴출된 사람이 공상 국가유공자가 될 수 없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할 것을 지시했다.
한편 국가보훈처는 감사원 감사결과에 대해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등록된 것으로 확인되면 등록취소와 보훈수혜 환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재용 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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