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정말이에요? 웬일이니?"
그는 활짝 웃으며 아이처럼 좋아했다. 인터뷰 중에, 일본 영화 '공기인형'으로 제19회 도쿄스포츠영화대상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게 됐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서다. 제33회 일본 아카데미에서 외국 배우로는 처음으로 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제23회 다카사키 영화제에서도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받은 데 이어 3관왕에 오른 것이다. 그는 현재 KBS 2 월화 드라마 '공부의 신'을 통해 3년 만에 복귀한 안방 극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현해탄을 넘나드는 팬들의 사랑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배우 배두나(30)를 21일 오전 수원의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만났다.
98년 모델로 데뷔해 단역으로 조금씩 연기도 하던 그가 연기자로서 널리 얼굴을 알리게 된 것은 99년 KBS 학원 드라마 '학교 2'에 출연하면서부터다.
"그 땐 솔직히 드라마 찍을 때 별로 좋지 않았어요. 연기할 맘이 없었는데, 연기 못한다고 매번 혼났거든요"
당시 그의 역할은 교실 맨 뒷자리에 앉아 만화책을 보거나 엎드려 자기 일쑤인 반항아 역. 하지만 연기력과는 별개인 그녀의 매력 때문이었을까. 회가 거듭할수록 그의 비중은 높아졌다.
"당시엔 싫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친정 같이 느껴져요. 많이 혼나기도 했지만 그 작품 덕에 연기를 하게 됐으니까요"
스무 살에 어설픈 반항아를 연기했던 그가, 만 서른 살에 반항아들이 득실거리는 학교의 맘 착한 선생님으로 돌아왔다. 10년 만에 입장도 성격도 정반대인 캐릭터를 맡은 그는 "그래서 이 작품이 더 끌렸다"고 말했다. 까다롭게 작품을 고르기로 소문난 그가 드라마 컴백 작품으로 '공부의 신'을 택하게 된 이유다.
그의 극중 캐릭터 한수정은 아이들을 사랑하고 이상적인 학교와 선생님을 꿈꾸지만 아직은 아이들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미숙한 선생님이다.
"전 빈틈 많은 캐릭터를 좋아해요. 한수정이 진화하는 캐릭터라는 점도 맘에 들었죠. 연기의 폭이 넓어지니까 한 드라마에서 여러 색깔을 낼 수 있잖아요."
앞으로 한수정이 어떤 색으로 물들어갈지는 붓을 쥐고 있는 그의 몫이 크다.
'열연하지 말자.' 빈틈 많은 캐릭터를 좋아한다는 그의 독특한 연기관이다. 선뜻 이해가 잘되진 않지만 그의 설명을 들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너무 열연하면 시청자들이 부담스러울 것 같아요. 오히려 절제된 연기로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게 더 나은 것 같아요."
그렇다고 그가 대충 연기하는 건 절대 아니다. 마음 속에 열정은 충분히 담고 있으면서 겉으로 보여주지만 않을 뿐.
그의 절제된 연기가 꽃을 피운 작품이 바로 '공기인형'이다.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에서 그는 인형 노조미 역을 맡았다. 아무래도 사람이 아닌 인형을 연기하다 보니 절제의 미학을 발휘할 여지도 더 컸다. "데뷔 10년 차에 찍은 영화이기도 하지만 몸과 마음이 탈진할 정도로 열심히 찍은 영화라 더 의미가 깊다"며 "영화 촬영을 마치고는 껍데기가 돼 버린 느낌이었다"고 떠올리기도 했다. 그 정도로 캐릭터에 모든 걸 쏟아 부었다는 얘기다.
데뷔한 지 13년, 그 동안 악역을 안 해봤다는 그는 "다음엔 정말 악마 같은 악역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해외로 진출하려는 욕심이나 전략은 없다. 그저 좋은 작품이 들어오면 연기할 뿐이다. 다만 앞으로는 작품 선정의 부담감에서 벗어나 생각과 마음을 가볍게 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저를 아껴주시는 분들을 실망시키고 싶진 않아요. 그래서 신중함을 버릴 순 없죠. 작품을 고를 때도 연기를 할 때도 흐르는 강물처럼, 그렇게 흘러 갈 생각입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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