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법에 의한 도로가 아니더라도 대중이 이용하면 도로에 해당해, 안전시설 미비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지자체에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3부(부장 윤성원)는 운전 중 도로 옆 수로로 추락해 사망한 A씨의 보험사가 "방호울타리를 설치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며 경기 의왕시를 상대로 낸 구상금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뒤집고 원고 일부 승소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2008년 7월 어느 날 밤 A씨는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는 폭 4m의 좁은 길을 운전하고 있었다. 길 한쪽 편 아래에는 높이 2m의 수로가 있었고, A씨는 방향을 틀던 중 바퀴가 이탈해 수로 밑으로 떨어져 사망했다. 길가에는 방호울타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문제는 이 길이 법적으로 지정된 도로가 아니라는 것. 1심은 "도로법에 근거한 지방도라는 증거가 없어, 도로 관리자에게 부과되는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항소심은 일반인이 도로로 이용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원심과 달리 판단했다.
재판부는 "일반 대중이 통행에 이용했고, 인근 마을 사람들이 시멘트로 포장을 한 점, 관할 의왕시도 가로등을 설치하는 등 유지ㆍ보수를 한 점으로 볼 때 도로법에 의한 도로가 아니더라도 일반인에게 제공된 물적 설비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해당 도로는 조향 장치를 조금만 잘못 조작하면 수로에 추락할 위험이 있는데도, 방호울타리 등 통상의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하자가 있다"며 의왕시의 책임을 20% 인정, 원고에게 69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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