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발등의 불이 떨어진 곳은 은행들이다.
KBㆍ우리ㆍ신한ㆍ하나금융지주 등 '빅4'는 당장 3월 주총에서 새로운 지배구조를 적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 사외이사진의 대폭적인 물갈이가 불가피해 보인다. 물론 이번 모범규준에 들어간 임기 제한(연임 포함 최대 5년)이 기존 사외이사진에 소급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제도개선의 취지'를 감안하면 장기 재임한 사외이사진 상당수가 물러날 것이란 관측이 높다.
이와 관련, 금융권에선 KB, 우리, 신한, 하나 등 주요 지주사와 은행들의 사외이사 62명 가운데 10여 명 이상이 교체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대 관심사는 지주회장과 이사회 의장의 겸임여부다. 모범규준은 원칙적으로 분리를 권고하되, 선임사외이사 선임을 전제로 종전처럼 겸임도 허용하고 있다.
현재 '빅4' 가운데 금융지주사 가운데 우리(이팔성 회장) 신한(라응찬 회장) 하나(김승유 회장) 등 3개 지주사가 회장-의장 겸임체제를 갖추고 있다. KB금융지주만 회장(공석)과 의장(조담)이 분리되어 있다. 산은금융지주의 경우도, 민유성 회장이 의사회 의장을 겸하고 있다.
은행들은 이와 관련, 최고경영진에 관한 문제인 만큼 "현재로선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에선 이들 금융지주사들이 장기적으로는 회장-의장 분리체제로 가되, 올해는 금융빅뱅(M&A) 같은 중대의사결정을 요하는 사안이 대기하고 있는 만큼 현행 겸임체제를 흔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분리가 정부의 의지임이 확인된 이상, 이들 금융지주사들이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에게 맡기고 회장직(CEO)만 유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정부가 주인인 우리금융지주나 산은금융지주의 경우, '선도'적 의미에서 분리카드를 뽑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배구조개편의 도화선이 됐던 KB금융지주는 이미 회장-의장이 분리된 만큼 지배구조 자체의 변화는 없을 전망. 다만 27일 이사회에서 그 동안 논란이 됐던 2~3명의 사외이사들이 물러나게 될 것으로 보이며 조담 의장의 거취여부도 주목된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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