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발(發) 악재로 기로에 선 한국 증시에 연기금이 구원 투수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비록 25일에는 순매도로 돌아섰으나,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올들어 국내 증시에서 연기금이 공격적으로 대형ㆍ우량종목 위주로 주식을 사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유증으로 2009년 내내 수세적(연간 순매도 8조2,293억원)이던 연기금은 올해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초 이후 매일 순매수 규모를 늘려가 지난 18일에는 1,675억원을 사들였는데 이는 2008년 12월29일 이후 13개월만에 최대 규모이다. 이에 따라, 연초 이후 25일까지 순매수 규모는 3,200억원을 넘어선 상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국 발 쇼크 이후 외국인이 매도세(22일 4,920억원 순매도)로 돌아서고, 계속되는 펀드 환매로 기관들의 매수 여력도 제한된 상황"이라며 "최근 며칠간은 연기금이 증시의 유일한 유동성 공급원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일부 이견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전문가들은 연기금의 공격적 행보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 내놓은 2010년 자산운용 계획에서 지난해 15.2%에 머물렀던 주식투자 비중 목표치를 올해에는 16.6%로 1.4%포인트나 올릴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12조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교보증권 김동하 연구위원도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 이하로 하락,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 연기금의 투자가 유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대투증권 곽중보 연구위원도 "최근 코스피지수의 상승을 주도하는 등 연기금이 소극적 패턴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장기투자 성격이 강한 만큼 연기금의 이같은 매수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시장 상황이 급격히 악화한다면 다시 보수적으로 회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연기금이 주도하는 증시는 일반 투자자들에게 어떤 기회를 제공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대형ㆍ우량주를 장기 보유하는 투자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들어 연기금이 집중 매수한 업종과 종목은 이런 특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연초 이후 상승률 37.6%), K(18.6%)T, 한국전력(28.5%), 두산인프라코어(17.9%), 하나금융지주(76.9%) 등이었는데 이들 모두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테마주와는 거리가 멀면서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교보증권 김 연구위원은 "지난해 전기전자 종목이 각광을 받을 때 소외됐으나, 최근 연기금이 매수하고 있는 산업재, 통신서비스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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